4·13 총선 화제의 보도, 팩트체커-그 얘기가 그 얘기? 한국 정치에 진실의 메스를 대다
중앙사보 2016.04.11

정치경제부 등 연합팀 구성
정치인 발언 5단계로 평가
기자정신 되살려 꼼꼼히 따져

 

중앙일보 팩트체커(Fact Checker)팀은 지난달 28일 출범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각종 발언의 사실관계를 검증해 보자는 취지다. 스트레이트 취재에 바쁜 정치부 기자들만으론 부족해 박성우(경제부)·이소아(산업부)·천권필(피플&섹션) 기자가 투입됐다.


세계 각국의 언론사가 팩트체크 전담팀을 운영하지만 이번 경우 워싱턴특파원 출신인 박승희 정치국제에디터의 제안으로 워싱턴포스트(WP)의 ‘팩트 체커(Fact Checker)’ 코너를 벤치마킹했다. 30년 넘게 미국의 정치ㆍ외교ㆍ정책 현안을 취재해 온 WP의 글렌 케슬러 기자는 2008년 대선 때 정치인의 발언을 검증하는 팩트체커 코너를 처음 만들었다. 2011년부터 후배 기자와 함께 고정 코너를 연재하고 있고, WP SUNDAY에 팩트체커 칼럼을 쓰고 있다. 기사 끝에 거짓말쟁이를 뜻하는 피노키오 얼굴을 거짓의 정도에 따라 1개부터 5개까지 박아넣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발언의 사실 여부를 검증한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국내 정치인들의 발언은 정치공학적이거나 감성에 호소하는 발언이 많아 팩트체크의 여지가 크지 않았다. 막말로 유명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조차 발언의 근거를 대거나 통계 수치를 인용(물론 대부분 허위)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전체적인 취지가 타당해도 인용한 통계가 취지와 맞지 않을 경우 가차 없이 팩트체커의 메스를 들이댔다. 3월 31일자 ‘10%가 90% 기회 박탈 김종인 주장은 대부분 거짓’ 기사가 그런 경우다. 양극화가 큰 문제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는 봉급생활자를 포함한 소득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본소득 통계를 ‘대기업 독점, 기회의 박탈’이라는 주장으로 근거 없이 연결시켰다. 팩트체커팀의 취재에 더불어민주당 측은 통계 인용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며 “숫자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취지를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첨예한 선거전 탓에 팩트체크 대상자가 반발하는 사건도 있었다. 4월 6일자 ‘서울~군산 고속철 6년 내 완공 주장은 대부분 거짓’ 기사의 당사자인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기사는 좋은데 왜 최종 판단을 ‘대부분 거짓’으로 했느냐”고 항의했다. WP처럼 중앙일보 팩트체커팀도 ‘진실-다소 과장-절반의 진실-대부분 거짓-거짓’의 5단계로 발언을 평가한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히 팩트체크를 해도 마지막에 해당 발언을 ‘절반의 진실’로 볼지 ‘대부분 거짓’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게 마련이다. 우리 팀은 글렌 케슬러 기자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랐지만, 차제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 의견을 받아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평성을 맞추기도 어려웠다. 오늘 더불어민주당 인사의 발언이 ‘대부분 거짓’이라고 했는데 내일도 더민주가 거짓이라고 하기는 부담스러운 노릇이다. 팩트체커팀은 현재까지 주요 3개 정당 인사들의 발언을 모두 골고루 평가했다.

팩트체커팀에서 일하면서 기자 정신을 되새기게 됐다. ‘그 얘기가 그 얘기 아니냐’며 대충 넘어가는 게 아니라 주장의 합리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은 중앙일보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한국 정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박성우 기자ㆍ중앙일보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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