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처럼 시청자 속 뻥 뚫은 16회 '욱씨남정기' 시즌2 요청 쇄도
중앙사보 2016.05.12

세일러문 장면은 15만 번 클릭


첫 방송이 나간 이튿날 아침. 시청률 0.88%(JTBC 공식 지표인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 시청률은 포털 등에 게재되는 전국 시청률과 조금 다르다). 전작(前作)의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았기에 막연히 초반은 좀 힘들겠거니 했지만 그래도 너무 낮은 수치였다. 방송 때부터 12시간 넘게 줄곧 포털 검색순위 1~5위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시청률이 1%도 안 되다니. 자칫 제작진이 힘 빠질까 걱정이 들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욱씨남정기’ 세트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토요일인데 웬일이냐”는 이형민 감독의 웃는 얼굴. “감독님. 아직 초반이라 시청률이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금방….” “어제오늘 전화 많이 받았어요. 방송 재미있다고들 난리던데요. 반응이 좋으니까 곧 오르겠지요?” 윤상현도 웃는 얼굴. “뭐 어때요. 하루에 1%씩 계속 오르면 되지. 7회면 7% 되겠네.” 제작 발표회 때 “시청률 7%를 달성해 스페인으로 포상 여행을 가겠다(실제로 박준서 드라마하우스 부문 대표가 이런 말을 하긴 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던 그였다. 아무튼 다들 기죽지 않고 열심히 해주고 있는 모습이 고마웠다.

 

시청률 0.8%서 시작, 3% 넘겨

3회. 시청률 2%를 넘어섰다. 이 작품의 크리에이터 역할을 한 강은경 작가가 “3%를 넘으면 촬영장으로 케이터링 서비스를 보내 삼겹살을 굽겠다”고 공언한 터였다. CP로서 ‘사’과와 ‘오’렌지를 사서 촬영장을 찾았다. 3 다음엔 4, 4 다음엔 5%를 넘보라는 뜻이었다. 그 다음주에 핫‘식스’ 100캔을 들고 갔더니 현장 조연출이 씩 웃었다. “담엔 ‘칠’성사이다 보내주시는 건가요?”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버팀목이 돼준 것은 방송 때마다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실시간 호평이었다. “정말 사이다(인터넷에서는 ‘시원한 것’ ‘속을 뻥 뚫어주는 존재’라는 의미) 같은 드라마다” “이렇게 재미있는 드라마가 왜 시청률이 안 나오는지 내가 더 안타깝다”는 댓글까지 다양한 칭찬으로 배가 불렀다. 회를 거듭하며 두 주인공 이요원과 윤상현에 이어 모든 조연진이 화제에 올랐다. 중반 이후 가장 큰 발전을 보인 건 남봉기 역의 황찬성이었다. 특히 그가 일식집 종업원으로 변장하고 나온 8회가 화제였는데 온 출연진이 함께 격려하며 연기 지도(?)를 펼쳐 훈훈한 분위기였다. 분위기 좋은 드라마는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낸다.

 

출연진들, 마지막 회 함께 시청

15회. 두고두고 전해질 이요원의 ‘세일러 문’ 장면이 등장했다. 욱다정의 정의롭고 위대한(?) 모습이 만화적으로 표현된 것인데 대본을 본 제작진 사이에선 “이요원이 난색을 표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오갔다. 세 아이의 엄마인 이요원에게 만화 주인공 의상(흔히 ‘세라복’이라고 불리는 미니스커트 형태의 교복)을 입고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는 낯 뜨거운 대사를 하라는 게 다소 무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욱씨남정기’의 분위기에 푹 빠져 있던 이요원은 “어우 나 완전 창피해!” 하면서도 흔쾌히 이 역을 받아들였고(만화 ‘세일러 문’의 광팬이었던 스타일리스트의 지도로 ‘세일러 문 손동작’에 대한 세세한 고증까지 거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장면 동영상 클립은 15만여 회나 됐고 15회는 3.2%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tvN ‘기억’을 제쳤다. JTBC 금토 드라마가 오후 8시30분으로 방송시간을 옮긴 이후 최고시청률이었다.

 

윤상현은 끝내 울음보 터뜨려
종방연(終放演). 서울 여의도의 한 호프집에서 다 함께 16회 본방송을 시청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사이 윤상현이 울음을 터뜨렸고 옆에서 달래던 이요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위 사람들이 “울보”라고 놀리자 윤상현은 “지금껏 수많은 드라마를 했지만 종방연에서 눈물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작가님 시즌2 꼭 하실 거죠?”라고 거듭 물었다.
 시즌2. 종방연 내내 많은 사람으로부터 시즌2 이야기를 들은 강은경·주현 작가는 마지못해(?) “생각해 볼게요”라는 답을 내놨다. 작가님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욱씨남정기’에 기여한 수많은 게스트 출연진께 감사를 드린다. ‘국민부부’ 김숙·윤정수를 비롯해 이정진치타홍석천도희, 윤상현의 아내 메이비, 그리고 무려 8회 동안 ‘특별 출연’이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연정훈이 그들이다. 아, 마지막 회 신입사원 역으로 살짝 등장한 윤시윤도 빼놓을 수 없다. 아시다시피 그는 새 금토 드라마 후속작 ‘마녀보감’의 주인공이다. 그 장면을 통해 ‘욱씨남정기’는 ‘마녀보감’에 바통을 넘겼다. 이 기운 이어받아 ‘마녀보감’은 꼭 7%를 넘어 스페인(?)으로 떠나길 빌며. 송원섭 CP·JTBC 

 

송원섭 CP
첨부파일
이어서 읽기 좋은 콘텐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