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문 장면은 15만 번 클릭
시청률 0.8%서 시작, 3% 넘겨
3회. 시청률 2%를 넘어섰다. 이 작품의 크리에이터 역할을 한 강은경 작가가 “3%를 넘으면 촬영장으로 케이터링 서비스를 보내 삼겹살을 굽겠다”고 공언한 터였다. CP로서 ‘사’과와 ‘오’렌지를 사서 촬영장을 찾았다. 3 다음엔 4, 4 다음엔 5%를 넘보라는 뜻이었다. 그 다음주에 핫‘식스’ 100캔을 들고 갔더니 현장 조연출이 씩 웃었다. “담엔 ‘칠’성사이다 보내주시는 건가요?”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버팀목이 돼준 것은 방송 때마다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실시간 호평이었다. “정말 사이다(인터넷에서는 ‘시원한 것’ ‘속을 뻥 뚫어주는 존재’라는 의미) 같은 드라마다” “이렇게 재미있는 드라마가 왜 시청률이 안 나오는지 내가 더 안타깝다”는 댓글까지 다양한 칭찬으로 배가 불렀다. 회를 거듭하며 두 주인공 이요원과 윤상현에 이어 모든 조연진이 화제에 올랐다. 중반 이후 가장 큰 발전을 보인 건 남봉기 역의 황찬성이었다. 특히 그가 일식집 종업원으로 변장하고 나온 8회가 화제였는데 온 출연진이 함께 격려하며 연기 지도(?)를 펼쳐 훈훈한 분위기였다. 분위기 좋은 드라마는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낸다.
출연진들, 마지막 회 함께 시청
15회. 두고두고 전해질 이요원의 ‘세일러 문’ 장면이 등장했다. 욱다정의 정의롭고 위대한(?) 모습이 만화적으로 표현된 것인데 대본을 본 제작진 사이에선 “이요원이 난색을 표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오갔다. 세 아이의 엄마인 이요원에게 만화 주인공 의상(흔히 ‘세라복’이라고 불리는 미니스커트 형태의 교복)을 입고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는 낯 뜨거운 대사를 하라는 게 다소 무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욱씨남정기’의 분위기에 푹 빠져 있던 이요원은 “어우 나 완전 창피해!” 하면서도 흔쾌히 이 역을 받아들였고(만화 ‘세일러 문’의 광팬이었던 스타일리스트의 지도로 ‘세일러 문 손동작’에 대한 세세한 고증까지 거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장면 동영상 클립은 15만여 회나 됐고 15회는 3.2%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tvN ‘기억’을 제쳤다. JTBC 금토 드라마가 오후 8시30분으로 방송시간을 옮긴 이후 최고시청률이었다.
윤상현은 끝내 울음보 터뜨려
종방연(終放演). 서울 여의도의 한 호프집에서 다 함께 16회 본방송을 시청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사이 윤상현이 울음을 터뜨렸고 옆에서 달래던 이요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위 사람들이 “울보”라고 놀리자 윤상현은 “지금껏 수많은 드라마를 했지만 종방연에서 눈물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작가님 시즌2 꼭 하실 거죠?”라고 거듭 물었다.
시즌2. 종방연 내내 많은 사람으로부터 시즌2 이야기를 들은 강은경·주현 작가는 마지못해(?) “생각해 볼게요”라는 답을 내놨다. 작가님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욱씨남정기’에 기여한 수많은 게스트 출연진께 감사를 드린다. ‘국민부부’ 김숙·윤정수를 비롯해 이정진치타홍석천도희, 윤상현의 아내 메이비, 그리고 무려 8회 동안 ‘특별 출연’이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연정훈이 그들이다. 아, 마지막 회 신입사원 역으로 살짝 등장한 윤시윤도 빼놓을 수 없다. 아시다시피 그는 새 금토 드라마 후속작 ‘마녀보감’의 주인공이다. 그 장면을 통해 ‘욱씨남정기’는 ‘마녀보감’에 바통을 넘겼다. 이 기운 이어받아 ‘마녀보감’은 꼭 7%를 넘어 스페인(?)으로 떠나길 빌며. 송원섭 CP·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