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팀은 아쉽게 16강전에서 패배
중앙일보는 무실점으로 우승 눈앞
후반 5분쯤 “땅!” 하는 이상엽 기자의 외침과 함께 축구공이 ‘땅’으로 낮게 깔려 굴러옵니다. 완벽한 패스였지만 제 발은 공에 미치지 못합니다. 후반 15분쯤 이가혁 기자가 찬 공을 허벅지로 받아냅니다. 돌아선 순간, 상대편 골대로 뛰어가는 이종원 선배가 보입니다. 그 때 패스를 했어야 하는데 제가 질질 끌다 패스 타이밍을 놓칩니다. 결국 JTBC는 5월 8일 열린 기자협회 축구대회 16강전에서 2-0으로 패했습니다. 아직도 이 장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만큼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는 컸습니다. 올해 JTBC 축구팀엔 구세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중앙일보 우승의 주역을 딱 한 명만 꼽으라면 박진호 선배를 꼽고 싶습니다. 박 선배가 합류하면서 전력이 한 단계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너무 부러웠습니다. JTBC 축구팀에도 그런 구세주가 나타나길 막연히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상엽이 나타난 겁니다. 상엽이와 박 선배는 강원대 축구팀에서 각축을 벌이던 에이스였다고 합니다(상엽이는 본인이 더 잘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중앙일보 축구팀이 ‘강원도의 힘’ 박진호 선배의 기를 받아 우승을 거머쥐었듯 올해 JTBC 축구팀도 이상엽이라는 ‘강원도의 새 힘’을 받아 쭉쭉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우승·준우승 나눠 갖다”라는 제목이 기자협회보 1면에 뜨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고자 JTBC 축구팀은 금요일 밤과 화요일 새벽마다 모여 이를 악물고 연습했습니다. 기자협회에 낸 참가신청서에는 ‘올해 대회 목표: 첫 승’이라고 적었지만 분명 우리 목표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중앙일보 축구팀도 JTBC 축구팀과 연습경기를 한 뒤 일취월장한 실력을 인정해 줬습니다.
그리고 첫 경기. 경기 시작 3분 만에 제가 첫 골을 터뜨렸습니다. 김진우 선배가 완벽한 어시스트를 해준 덕입니다. 뒤이어 우리의 구세주 상엽이가 4~5명의 수비수를 요리조리 헤집고 들어가 골을 넣었습니다. 동영상으로만 보던 메시의 드리블을 눈앞에서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상엽이가 이끌어낸 페널티킥을 이세영 선배가 성공시켰고 JTBC는 3-1로 창단 첫 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결승전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16강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합니다. ‘그때 한 발만 더 뛸 걸’ ‘그때 한 박자 먼저 패스할 걸’ 후회하며 잠 못 이루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중앙일보가 승승장구를 하고 있어 위안이 됩니다. 역시나 박 선배가 그림 같은 프리킥 골을 넣으셨더군요. 강주안 선배가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공 하나 겨우 들어갈 공간으로 공이 빨려 들어갑니다. 이정봉 선배는 완벽한 골게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첫 헤딩 골은 독일 공격수 클로제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코너킥으로 올라온 공을 수비수와 골키퍼가 손 쓸 틈도 없이 골대로 밀어 넣는 ‘잘라먹는 헤딩 슛’의 정석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골 장면은 ‘반 박자 빠른 슛’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공격수 판니스텔로이의 전성기를 보는 듯합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중앙일보의 2연패는 당연해 보입니다. 그리고 JTBC는 내년을 기대합니다. 내년 축구대회 참가신청서엔 ‘목표: 우승’을 적어 보렵니다. 내년부턴 기협 축구대회 우승 트로피가 서소문과 상암 사이를 오가지 않을까요. 이서준 기자·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