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친화적 글쓰기가 정도, ‘사(寫)·제(題)·기(記)’를 먼저 떠올리세요
중앙일보 중앙사보 2016.06.02

뉴스룸 기자가 생각하는 좋은 글-. 사보 편집팀이 일보 편집부에 요청한 주제입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편집기자가 뽑은 글솜씨왕’ 등 수상자들의 공통점을 추려봤습니다.

 

중앙일보의 2015년 12월 15일자 4, 5면의 사진과 제목이 독자들에게 저출산 대책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독자의 눈길이 머무는 순서가 사진-제목-기사 라는 뜻의 ‘사·제·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지면 중 하나다.


글을 쓰기 전에 가제목을 먼저 적어 보세요. 신입 기자 여러분들이 독자에게 어떤 정보를 줄 것인지 가제목을 만드는 겁니다. 독자는 바쁩니다. 그들은 제목을 본 뒤 기사를 읽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이나 신문에서 콘텐트를 제작할 때는 기사→제목 순서로 작업이 진행됩니다. 읽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작업 순서 차이, 이 간극이 꽤 큽니다. 가제목을 먼저 적으면 더 독자 친화적인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제·기’를 기억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사·제·기’는 사진·제목·기사의 줄임말로 신문 독자의 눈길이 가는 순서를 일컫는 말입니다. 제목만큼 비주얼(사진과 그래픽)도 사람들의 시선을 끕니다. 시각적 효과는 힘이 셉니다. 기사 발제 전에 비주얼을 준비해두는 게 좋습니다. 기획 기사의 경우엔 더욱 그렇습니다. 디지털 기사에서 비주얼의 중요성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요. 비주얼·제목·기사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때 기자가 쓴 글에 대한 독자의 인상은 강렬해집니다. 또 사진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할 수도 있고요.
 

이야기처럼 풀어 쓰는 글도 좋겠습니다. 중앙일보의 ‘사건 텔링’이 대표적이지요. 스토리는 인류가 지식을 계승해온 방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화자를 정하고 팩트를 엮어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쓰면 많은 이들이 몰두해서 그 글을 읽을 겁니다. 물론 ‘사건 텔링’이 쉽지는 않습니다. 자칫 감정 이입이 심해져 객관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지요. 담담히 쓰는 게 관건이라고 봅니다. 사건 텔링이 아닌 일반 기사를 쓸 때도 작성자가 먼저 흥분하는 건 금물이라 배웠습니다. 드라이하게 글을 썼지만 읽는 사람이 감동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최상이겠지요. 정말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만.
 

글의 틀을 미리 짜놓는 일도 권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선배 기자들과 통화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들은 기사 쓰기 전 저에게 핵심 콘셉트, 그걸 받쳐주는 팩트와 전문가 발언, 그리고 반론·한계가 무엇인지 말해줍니다. 자세히는 아니지만 큰 틀은 잡아 놓았다는 이야기지요. 그렇게 잘 정리된 글, 한눈에 읽힙니다. 글을 써가면서 틀을 잡는다는 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마감 시간도 지켜야 합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속보성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늦게 출고돼 독자가 그 글을 외면한다면 허탈하지 않겠습니까.

강정진 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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