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학교’로 상승세 탄 JTBC ‘아는 형님’
중앙사보 2016.06.30

B급 예능의 진수 살리면서

초대 스타들 짜릿함 극대화

 

일요일 오전 7시 잠이 덜 깬 눈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시청률을 확인한다. 유료가구 3.83%.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지난밤 ‘아는 형님’에 출연한 게스트 이름이 검색어 1위에 랭크! 화제의 중심이 돼 있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반응! 여기에 한 가지 더 희소식. ‘아는 형님’은 ‘2016년 6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8위에 올랐다. 순위권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청률에 좌절하며 하루가 멀다 하게 밤샘 회의를 한 가슴 졸인 기억들이 이젠 웃으며 회상하는 과거가 됐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는 형님’ 초반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그만큼 한 번 보면 빠져나오기 힘든 중독성을 가졌다는 건데 문제는 바로 그 한 번, 단 한 번을 안 본 사람이 너무 많았다. 결국 ‘아는 형님’은 ‘한 번만 보게 만들자’라는 목표 아래 변신을 거듭했고 그 치열했던 굴곡의 시간을 지금 한번 되짚어 보려 한다.

국민 MC 강호동의 첫 종편 진출 작(作)으로 주목받은 ‘아는 형님’은 살다 보면 마주치는 사소한 질문을, 인생 좀 살아본 형님들이 해결해 주는 콘셉트로 출발했다. 복잡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정통 예능을 만들자는 제작진의 의도를 담았다. ‘강호동과 서장훈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차 안에서 화장실 가고 싶을 때 소변 잘 참는 방법은?’ ‘추운 겨울, 맨 몸으로 껴안고 있으면 진짜 체온이 올라갈까’처럼 사소하다 못해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시청자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형님들은 온몸을 바쳤다. 누구 하나 불평 없이 추운 겨울에 옷을 벗었고 2L의 음료를 마신 후 소변을 참았다. 비록 방송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청바지와 스타킹, 어느 것이 더 따뜻할까’란 질문 해결을 위해 한쪽은 청바지, 한쪽은 스타킹으로 된 해괴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형님들의 고군분투는 ‘아는 형님’에 B급 예능, ‘근본 없는’ 예능이라는 애칭을 가져다 주면서 마니아들의 지지를 얻게 했다. 하지만 문제는 1% 중반에 머무는 아쉬운 시청률! 이 초라한 성적표는 오히려 우리에게 분발을 재촉했다.

거듭된 구수회의 끝에 ‘정신승리 대전’이라는 포맷이 탄생했다. 콘셉트는 자존감 하나로 버텨온 B급 스타들의 치열한 공방전. 그런데 아뿔싸! 반응은 처참했다. ‘시청률은 낮아도 재미는 있다’고 자부했던 제작진이건만 이제 우리의 ‘정신승리’마저 파괴시키는 혹평이 쏟아졌다. 시청률도 잃고 매니어도 잃게 생긴 그때! 자칫하면 종방(終放)의 낭떠러지로 추락하기 직전! 기적처럼 ‘형님 학교’가 만들어졌다. ‘아는 형님’만의 근본 없는 독특함을 살리면서, 매회 전학생(傳學生)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스타를 초대해 신선한 재미를 뽑아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게 ‘형님 학교’다.

‘형님 학교’는 단박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어떤 점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첫 번째는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이다. ‘형님 학교’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친구가 된다. “어떻게 강호동 선배님께 반말을 해요” 하면서 걱정하던 아이돌들도 녹화에 들어가면 어느새 강호동의 머리를 뿅망치로 내려치며 즐거워한다. 여기서 필요한 건 오직 ‘이성 상실, 본능 충실’이라는 교훈뿐! 친구라는 관계 속에 어떤 전학생(스타)이든 긴장감을 내려놓고 예능감을 재발견하면서 자신감을 얻어간다. 

 

형님들의 매력예능 시너지

 

두 번째는 형님들의 매력 재발견과 그들이 일으키는 예능 시너지다. 강호동도 이곳에서는 기꺼이 막내 민경훈에게 ‘날아 차기(몸을 날린 발차기 공격)’를 당하는 옛날 사람이 되고, 그의 굴욕은 시청자들에겐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이·사·또’(24시간 또라이) 김희철은 오늘만 사는 ‘드립’(즉흥 대사와 연기)으로 ‘형님 학교’를 평정했다. ‘예능 첫 고정’이라는 민경훈은 9할대의 높은 예능 타율로 매회 레전드 영상을 남긴다. 여기에 ‘콩트의 신’으로 재평가받는 이수근, 생색과 정색을 담당하지만 여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건물주’ 서장훈, 다른 멤버들을 위한 ‘쿠션’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김영철,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으로 멤버들을 아우르는 이상민까지. 스스로를 웃음의 제물로 바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런 매력 포인트는 ‘아는 형님’을 근본 없는 예능, 오늘만 사는 예능의 대표주자로 만들었다. 수많은 인터넷 짤방(짧게 편집한 영상)을 발생시켰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방송 폐지의 칼날 앞에 떨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말이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지난해 가을 ‘아는 형님’ 기획이 시작되고, 사전 미팅차 강호동이 제작진을 찾았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습니다.” 너무 뻔하고 구태의연한 말이었을지 몰라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참으로 진실되게 다가왔다.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는 사랑받고 칭찬받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창조적 파괴를 도모할 것이다. 장수 프로그램 ‘아는 형님’이 되는 그날까지. 최미연 작가·‘아는 형님’

최미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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