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렛 기사 쓰는데 남대문시장 뒤진 사연은?
중앙사보 2016.07.07

‘이달의 편집상’두 달 연속 받은 이주호 선임디자이너


돋보이는 지면 탄생시킨
디자이너 기자 스탠딩 회의
 

중앙일보 메트로G팀의 이주호 선임디자이너가 한국편집기자협회 주관 ‘이달의 편집상’ 디자인부문 상을 두 달 연거푸 받았다. 편집기자협회는 올 4월 디자인부문 상을 신설해 지금까지 3회 시상했는데, 이 중 두 번을 그가 받았다. 심사는 대학 교수, 디자인업체 대표 등 외부 전문가들이 맡았다.

 중앙일보 강남통신의 커버스토리 ‘아웃렛 사용설명서’(4월 20일자)와 ‘여자를 노린다, 그날 나도 강남역에 있었다’(5월 25일자)로 상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취재·사진기자 등 강남통신을 만드는 구성원들과 열심히 소통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남통신의 커버스토리 아이템은 대부분 한 달 전쯤 결정됩니다. “다음 주 커버스토리 아이템은 부산 특집이지? 그 다음 주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팟캐스트에 대해 쓰기로 했고…. 다음달 첫째 주는 어떤 아이템이 좋을까?” 매주 금요일 메트로G팀의 기획회의 풍경입니다.
 디자인 기획은 기사 아이템 결정과 동시에 시작됩니다.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디자이너가 한자리에 모여 기사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 디자인은 어떻게 할지, 사진은 뭘 찍을지 논의합니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쳐 여러 차례 스탠딩 회의를 통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아웃렛 사용설명서’는 기사 게재 한 달 반 전에 결정된 아이템이었습니다. 서울 경기권의 유명 아웃렛 6곳을 모두 가보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따져보는 내용이었죠. 프라모델(Plastic model의 준말, 조립식 장난감의 일본식 표현)을 커버 디자인에 활용해보기로 한 건 취재를 맡은 윤경희 기자와 기사 구성을 논의하면서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프라모델 상자를 열면 부품이 붙어 있는 틀과 사용설명서가 있고, 그 사용설명서에 따라 틀에서 부품을 하나하나 떼어내 조립해 모델을 완성하는 것처럼, 이 기사를 읽으면 아웃렛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서울 남대문시장을 뒤져 옷·가방·구두·그릇 등 아웃렛에서 파는 상품의 모형을 사다 직접 색을 칠하고 이들을 틀에 붙여 커버스토리에 실었습니다.  
 다음 수상작인 ‘여자를 노린다, 그날 나도 강남역에 있었다’는 이슈에 기민하게 대처한 경우입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건 수요일 새벽이었고, 이 내용을 커버로 쓰기로 결정한 건 이틀 뒤인 금요일이었습니다. 보통 금요일이면 다음 주 수요일자 기사가 출고되는 시스템이라 금요일에 커버 기사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박미소 기자가 당시 느낀 감정을 중심으로 기사를 풀어나가기로 하면서 예정된 커버 기사를 미뤘습니다.
 박 기자의 ‘감정’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이미지를 생각하다 공포영화 포스터를 떠올렸습니다. 캔버스 천비닐아트지가죽을 모두 구해서 칼로 실제로 베어 봤는데, 느낌을 가장 잘 살려주는 게 캔버스 천이더군요. 캔버스 천을 칼로 찢고 이를 촬영해 이미지를 완성했습니다.
 좋은 지면 디자인은 끊임없는 소통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또 시간에 쫓겨서는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 어려운 만큼 기획 단계부터 서로 의논해 더 좋은 디자인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결과 콘텐트에 맞는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치됐을 때 가장 멋진 지면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번 수상은 지금까지 해왔던 디자인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기사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독자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과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지면 디자인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주호 선임디자이너·중앙일보

이주호 선임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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