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스쿨’ 대학생, 청명한 천지 바라보며 평화와 통일 꿈꿔
중앙사보 2016.07.14

통일연구소 평화오디세이
긴장 속 北 접경지역 강행군
역사·문화 담긴 명품 프로그램

 

"만일 학생들이 북한에 납치되기라도 한다면… 험한 산길 교통 안전은 믿을 만할까."
 7월 8일 끝난 중앙일보 통일스쿨의 북·중 국경답사 프로그램은 준비단계부터 걱정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5박6일 동안 1400㎞에 이르는 중국 북한 접경지역을 따라가며 현장학습을 하는 체험프로그램의 최대 복병은 신변 안전 문제였다.
 23명의 참가 대학생이 버스만 30시간 넘게 타야 하는 강행군이라 긴장은 더했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 여행 자제령이 내려진 지역에 장시간 체류하는 일정이란 점도 신경 쓰였다. 게다가 지난해 여름 이 지역을 여행하던 우리 공무원 연수단이 버스 추락 참사를 겪은 곳이라 통일스쿨 행사를 주관한 통일문화연구소 멤버들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행사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한때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과 약속한 일정은 꼭 지켜야 한다는 각오로 일정을 밀어부쳤다. 현장에선 안전벨트 착용!이란 말이 입버릇이 됐고,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을 지불해 최신형 버스를 빌렸다. 야간 외출금지령을 무시하고 “양꼬치에 칭따오~”를 꿈꾸며 탈출을 기도하는 학생들을 감시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설치기도 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손에 잡힐 듯 다가온 북녘땅을 처음 접한 학생들은 휴대전화에 사진을 담고 수첩에 꼼꼼히 기록했다. 압록강 수풍댐 인근에선 한 시간가량 유람선을 타며 북한 삭주군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북한 군인들과 염소를 치던 주민들을 향해 사랑해요를 외치는 학생들도 있었다. 1440개의 계단을 올라 만난 백두산은 통일스쿨 답사단에게 오랜 시간 탁트인 풍광을 드러내주었다. 청명한 천지(天池)의 모습을 맘껏 영상에 담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취재차 동행한 김상선 차장을 두고 이번 답사의 최대 수혜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북한 만포시와 마주한 지안(集安)에서는 사진으로만 보던 광개토대왕비의 웅장함이 일행을 맞았다. 거대한 석재를 쌓아 만들어진 장군총도 마찬가지였다. 룽징(龍井) 지역 명동촌의 시인 윤동주 생가와 그의 모교 대성중학 방문 때는 얼마 전 영화 동주로 만난 시인의 자취를 현장에서 접할 수 있어 감명 깊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旅順) 감옥의 형장(刑場)에 선 일행은 모두 묵상(默想)을 하며 애국혼을 달래기도 했다. 통일과 역사·문화가 어우러진 알찬 프로그램이었다.
 서울로 돌아오기 전날 밤 만찬에선 “여러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경험했지만 이번이 최고였다. 중앙일보를 사랑하게 되었다”(고려대 언론대학원 이선민)는 감사 말도 나왔다.
통일스쿨은 JMnet이 지난해 시작한 평화 오디세이의 청년버전이다. 올 3월 개강한 북한강좌에 참여한 60여 명의 대학생·청년 가운데 선발된 인원과 참가를 희망한 사우가 함께했다.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모색하는 오디세이의 취지를 통일 미래주역인 2030 청년세대에 확산하는 명품 프로그램을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서재준 기자·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서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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