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번의 오류 찾기… JTBC라는 무대여서 가능했죠”
중앙사보 2016.07.21

팩트체크떠나는 김필규 기자
부담 컸지만 시청자가 큰 힘
방송저널리즘의 신천지 개척 

 

“우리 둘째 건강하게 잘 나왔어.”
 JTBC 뉴스룸 개편 첫날이자 ‘팩트체크’의 첫 방송일, 그러면서 중앙일보 창간 49주년 기념일인 2014년 9월 22일. 둘째 아이의 순산을 알리는 아내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개편 후 메인뉴스에 5분 이상 들어가게 될 고정코너를 맡아 한국 미디어의  역사적인 ‘2부작 100분 메인뉴스’ 첫 방송에 함께할 수 있었지만 정작 둘째의 출산 현장은 지키지 못했다.
팩트체크(Fact Check)의 시작은 난산(難産)이었다. 손석희 앵커가 미국 언론의 팩트체크 사례를 설명하며 이를 방송용으로 준비해보라고 지시했는데, 누구와, 어떻게, 얼마의 시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 세부 사항은 알아서 하라고 했다. 다만 코너는 매일하고, 다른 기자와 번갈아 하지 말고 혼자 해야 한다는 단서만 달았다. 정치인이나 유력 인사의 발언을 검증해 진위를 파헤치는 일이 잦은 팩트체크. 이미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저널리즘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지만, 방송 매체가 이를 정기적으로 하는 곳은 전례를 찾기 힘들었다. 화면에 직접 나와 누군가를 향해 “거짓말”이라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인데 매일 그 거짓말을 찾아내야 한다니. 
 개편 첫날은 전주에 준비해 놓은 아이템으로 그럭저럭 막았다. 하지만 당장 이튿날부터 ‘맨땅에 헤딩’이었다.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자수할 리가 만무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익숙해지겠지 싶었지만 아이템 부족으로 인한 고통은 6개월이 지나도, 1년이 지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방송을 마치고 나오면 당장 이튿날이 고민됐다. 이런 패턴은 내 마지막 방송을 한 이달 14일까지 계속됐다.
 처음엔 ‘언제 한 번 크게 실수하고 문제돼 조기 종영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1년10개월, 토론이나 특별한 출연자가 있어 거른 날을 제외하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총 346건의 팩트를 체크했다. ‘점심·저녁 약속도 제대로 못 잡고 언제까지 이렇게 사무실에 갇혀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인터넷과 SNS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반응을 접하게 됐다. ‘신선하다’ ‘재미있다’는 댓글이 하나둘 달리더니 ‘사이다’ ‘효자손같이 시원하다’는 격려 메시지가 전해졌다. 어느새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3만 명 넘는 시청자가 ‘좋아요’를 눌러줬고 포털에는 고정코너가 마련됐다.
 파급력은 오프라인에서도 느껴졌다. 서울 상암동 사옥 부근에서 만난 휴가 나온 병사가 가방에서 내 책(팩트체크는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을 꺼내 사인을 요청했고, 식당에서 발레파킹을 해준 기사는 앞으로 좋은 보도 해달라며 한사코 돈을 받지 않으려 하기도 했다. “어제 방송 제일 재미있게 봤다”며 엄지를 척 세워주는 사무실 환경미화 아주머니의 격려도 300 회를 넘기게 하는 힘이 됐다.
 어느덧 두 돌을 앞둔 둘째 아이는 마루를 뛰어다니고(아니 날아다니고), 말도 조금씩 하고, 점점 사람 태가 나기 시작한다. 팩트체크 역시 이제 막 어색함을 벗은 단계인데 연수 파견으로 중도하차하게 돼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다. 하지만 팩트체크는 분명 개인이 아닌 팀이 만드는 코너였다. 그리고 이 정도의 인지도는 JTBC라는 무대라 가능했다. 후임자인 오대영 기자를 통해 팩트체크가 한 계단 도약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필규 기자·JTBC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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