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속초행… '포켓몬 사냥꾼' 되어 페북 생중계까지
중앙사보 2016.07.21

홍상지 기자의 특별한 취재기
'중앙일보 역시 다르네' 댓글 줄줄

 

사회부 마포라인 기자가 강원도 속초에서 1박2일 ‘포켓몬스터 사냥꾼’이 됐다. 이야기는 7월 13일 수요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엔 닌텐도의 AR(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GO)’가 오전부터 상위권에 걸려 있었다. 강원도 속초와 경북 울릉도·독도 등 일부 지역에서 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당시 난 이 일이 내 일이 되리라는 건 상상도 못한 채 이슈팀 선후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었다. 며칠 전 한 골동품 상점에서 3000원짜리 다마고치를 산 나를 두고 선배가 말을 던졌다.
 선배1=“상지야. 다마고치 하지 말고 속초 가서 포켓몬 고 해라.”
 나=“선배, 진짜 하고 싶어요.”
 선배1=“농담이 아니라 르포로 하면 기사 될 것 같은데?”
 선배2=“지금 당장 가자. 이런 건 무조건 속도전이야.”
 이후 상황은 속전속결이었다.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에서 오후 3시29분에 출발하는 속초행 버스를 예매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휴대전화에 포켓몬 고 앱을 설치하고 게임 방법을 익혔다. 버스에 오른 뒤 한숨 돌리려는데 디지털팀 선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속초 간다며? 라이브 할 수 있겠냐? 한번 해봐라.”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중앙일보 페이스북에는 ‘속초 포켓몬 고 라이브’ 예고가 올라와 있었다.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일단 버스 안에서 지인들을 총동원해 속초에서 ‘포켓몬 사냥’에 한창이라는 프로그래머 지국환(30)씨를 소개받았다.
 속초에 도착해 포켓몬이 가장 많이 출몰한다는 엑스포공원으로 갔다. ‘포켓몬 사냥꾼’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아프리카 1인 방송을 하는 BJ(방송자키)들도 많았는데 기자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서 지씨를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방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씨를 애써 설득한 후 30분 만에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중앙일보 홍상지 기자라고 합니다.”
 라이브 방송에서 인사를 내뱉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패널 소개를 핑계로 지씨한테 멘트를 돌렸다. 지씨도 말을 하다 쑥스러운지 얼굴을 숙여버렸다. ‘망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OOO님이 입장하셨습니다는 문장이 연이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 라이브 채팅방에 우르르 들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오 진짜 갔어요?’ ‘요즘 중앙일보 다르네’ 등의 댓글이 올라오고 실시간 방청자 수가 700명을 넘어서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치솟았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보자.’
 이후 30분 남짓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고, 이날 처음 본 지씨에게 어줍잖은 농담도 건넸다. 방송 도중 나타나는 포켓몬도 사정 없이 잡았다. ‘이브이(포켓몬 이름) 너무 귀여워요!’ ‘기자님, 이제 피카추 잡으러 가요’ 등 실시간 댓글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지면에 쓸 르포 기사를 위해 하루 더 속초에 머물렀다. 전날보다 더 많은 사람이 포켓몬 사냥을 하고 있었다. 나도 취재 중간중간 사람들과 포켓몬 출현 정보를 교환하며 사냥에 열을 올렸다. 횟집에서는 ‘잉어킹’을, 속초 해수욕장에서는 ‘왕눈해(해파리 포켓몬)’를, 화장실 근처에서는 ‘또가스’를 잡았다. 엑스포공원을 걷다 제일 좋아하는 포켓몬인 ‘고라파덕’ 사냥도 했다. 그 와중에 ‘어제 방송에서 봤다’며 알아보는 사람들까지 만났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내 속초 취재의 8할은 빠르게 출장 결정을 내려준 이슈팀, ‘방송 울렁증’이 있는 나를 라이브 중계로 이끈 디지털팀 선배들 덕분이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운 좋게도 디지털 기기를 적절히 활용한 취재 방식을 몸소 익힐 수 있었다. 앞으로 취재기자들이 소화해 내야 할 기사 콘텐트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다.
 1박2일 포켓몬 사냥꾼의 성적은? 총 51마리 잡았다. (아쉽게도 피카추는 결국 못 잡았다.) 홍상지 기자·중앙일보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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