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이야기. 아일랜드
1. 중앙일보 광고본부 강승한 사우
기네스, 오스카 와일드, 대기근, 리피강. 이 네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혹자는 기네스에서 이미 눈치를 챘을지 모른다. 바로 아일랜드다.
사실 아일랜드는 인근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에 비해 널리 알려진 여행지가 많지 않고 더욱이 한국인은 유학생 아니면 잘 찾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바람이 들어 아일랜드를 휴가지로 택했을까.
아일랜드엔 원스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같은 영화가 있다. 또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아이리시거나 아이리시가 되고 싶은 사람 같은 위트가 나올 만큼 토박이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폭염이 다가오던 7월 초 아일랜드로 향했다.
수도 더블린의 관광지 중 먼저 소개할 곳은 바로 아일랜드의 걸작, 기네스를 만들어내는 맥주 공장이다. 시내 중심부에서 버스로 15분 거리다. 입장료는 2만원가량 된다. 이곳에선 기네스를 ‘완벽히’ 따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테스트를 거쳐 통과한 사람들에게 수료증도 준다. (나는 기네스가 잔을 넘치는데도 수료증을 받았다. 아마 웬만하면 다 주는 모양이다. ㅎ) 아카데미에서 따른 맥주를 들고 전망대에 올라 마시면 근사하다.
아일랜드는 특유의 서정적 음악으로 유명하다. 더블린 오코넬 다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셀틱나이츠에서는 매일 저녁 디너쇼가 열린다. 미리 인터넷 예매를 해야 하며 조금 이른 시간에 가면 앞자리에 앉을 수 있다. 식사 주문 때 돼지고기는 피하길 바란다.(맛이 없었다. ㅠ) 공연은 오후 8시부터 시작한다. 1부는 보컬과 기타, 바이올린, 아이리시 부주키 연주이고, 2부는 아일랜드 전통 탭댄스 공연이 진행된다.
아일랜드를 찾는 많은 여행자들이 아일랜드의 서쪽 끝에 위치한 모허 절벽과 골웨이 하루 투어를 신청한다. 아침 7시 더블린에서 출발해 영화 '라이언의 딸'의 촬영지이자 200m의 거대한 절벽이 8㎞나 늘어서 있는 모허 절벽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후에는 세계 최장 해안도로인 와일드 아틀랜틱 웨이를 통과해 항구도시 골웨이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아일랜드로 떠난다면 짐가방에 우비나 후드를 챙겨야 한다. 아일랜드의 날씨는 변덕스럽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내일은 비가 왔다가, 해가 뜨고, 구름이 졌다가, 잘하면 우박이 내리는 날입니다라는 일기예보가 500년간 이어져 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휴가를 통해 만난 아일랜드는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다양한 색깔이 공존한 곳이었다. 대낮부터 펍에 가 드럼통 위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길거리에서 청년들의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는 자유분방함과 낭만이 있다. 그런가 하면 도시 곳곳에 놓인 대기근(大飢饉) 관련 조형물이나 독립운동과 관련된 동상들은 엄숙함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아일랜드인이 고난의 역사를 견딜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특유의 낙천성이 아닐까 싶다. 도심 곳곳에 새겨진 위인들의 위트 어린 격언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한 구절로 짧은 여행기를 마친다.
‘삶은 심각하게 살기에는 너무 중요한 것이다(Life is too important to be taken seriously). - 오스카 와일드.
여름 휴가철을 맞아 사우들의 이색 휴가 체험을 몇 차례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