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일몰·별똥별쇼…대초원에서의 하늘은 매일 봐도 ‘감동’
중앙사보 2016.08.11

여름휴가 이야기 - 몽골
3. 중앙일보 이솔미 사우

 

여름휴가지로 몽골을 선택한 이유는 넓은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인생샷을 찍어보고 싶어서였다. 함께 갈 친구들을 수소문했지만 쉽지 않았다. 비용은 유럽에 가는 것만큼 많이 들면서 고생은 훨씬 더 하는 몽골행에 동참하겠다는 이가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히도 여행 중 비슷한 나이대의 동행자들을 만나 함께 청춘을 불태울 수 있었다. 7월 2~10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를 시작으로 하루 10시간씩 며칠간 차로 이동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 홉스골 호수에서 휴가를 보내고 왔다.
 몽골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들자면 단연코 하늘이다. 몽골 하늘의 색깔은 흰 벽에 파란 물감을 부어 그라데이션 처리를 한 것처럼 새파랗다. 구름이 없으면 없는 대로 눈이 부시고, 있으면 있는 대로 구름이 손에 닿을 듯한 절경을 이룬다. 몽골에 있는 동안 매일 하늘을 볼 때마다 우와! 하는 탄성이 계속 나왔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평지로 사라져가는 태양은 내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일몰(日沒)보다 멋졌다. 아니, 멋지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밤하늘의 향연(饗宴)도 황홀경 그 자체였다. 몽골에서 별들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이건 합성이다 엽서 사진 아니냐 같은 반응을 보였는데, 현지에서 체감한 건 사진에 찍힌 별들보다 훨씬 더 많은 별이 떠 있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한국에서라면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별똥별도 몽골에서는 하룻밤에 여러 개 보곤 했다. 별똥별에도 크기 차이가 있고 감동을 주는 정도도 다르다는 걸 몽골에서 처음 알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만큼 고생할 각오는 해야 한다. 난생 처음으로 진흙탕에 빠진 봉고차를 밀다가 온몸이 진흙으로 뒤덮이는 경험을 해 봤다. 푸세식 화장실-재래식 화장실을 접할 때마다 내 나름대로 점수를 매겨봤는데, 일단 화장실 문이 있으면 100점 만점에 50점은 줬다-에 익숙해야 했다.
 몽골이 한국보다 시원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더운 여름철인데 이상하게 몽골 사람들은 시원한 음료를 마시지 않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냉면과 같은 시원한 메뉴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지만 눈앞에 놓여진 건 뜨거운 차와 더운 양고기 음식이었다. 특히 양(羊)으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요리를 맛보았던 것 같다. 양고기 파스타, 양고기 미역국, 양고기 볶음밥 등. 양고기가 질려갈 때쯤이던 여행 마지막 날 가이드가 요리해준 닭볶음탕에 우리 일행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주로 유목 생활을 하는 몽골인들이 거주하는 게르(둥근 천막집 형태의 이동식 가옥)는 겉보기보다 아늑하고 좋았다. 빙 둘러싼 침대에 앉아 도란도란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밖은 깜깜해져 있고,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가 하늘을 수놓은 별들에 탄성을 지르면 뒤이어 다함께 뛰쳐나가 초원의 야경을 감상하곤 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 점심 준비를 하기 위해 잠시 들렀던 한 게르에서는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모두 나와 환영해주었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며 아롤(마유로 만든 과자), 아이락(마유주) 등을 계속 해서 내어 주는 이들의 정 많은 모습에서 인심 좋은 우리나라 시골 사람들이 떠올랐다.
 활력을 얻고 돌아온 몽골 여행이었지만 만족할 만한 승마 인생샷은 찍지 못했다. 몽골에 다시 가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다.

이솔미 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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