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국 56명 셰프들과 명승부
'쿡가대표' 6개월 여정 뒷얘기
7개국 56명의 셰프들과 명승부를 펼친 ‘쿡가대표’가 8월 10일 종영했다.
‘쿡가대표’는 지난 겨울, 농담 같은 수다에서 시작됐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며 화려한 실력을 보여준 대한민국 셰프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해외로 나가 세계 최고의 셰프들과 진검승부를 펼치면 재밌겠다는 이야기였다.
시작은 야심찼지만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미식(美食) 천국 홍콩을 첫 원정지로 결정했는데 처음 맞닥뜨린 난관은 현지 레스토랑과 셰프 섭외였다. 현지 관광청과 코디를 통해 수백 곳을 타진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냉담했다.
섭외에 난항을 겪던 중 홍콩의 미슐랭 3스타 오너셰프가 한국 방문 일정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미팅을 잡았고, 각종 자료들을 들고 찾아가 섭외를 부탁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하늘을 찌른다는 미슐랭 셰프가 난생 처음 듣는 대한민국 셰프들과의 요리 대결에 선뜻 응할 리 만무했다. 그래도 꾸준히 방송 구성을 수정해가며 섭외를 타진했다. 촬영 전날이 돼서야 그는 극적으로 섭외에 응했다.
그 콧대 높은 셰프가 바로 홍콩 B레스토랑의 앨빈 렁이었다. 드라마 같은 승부를 펼치며 ‘쿡가대표’의 시작을 함께했던 그 셰프 군단의 수장(首長)이다. 후일담인데 그는 노력에 감동해서 섭외에 응했다고 한다.
비록 홍콩과의 첫 대결에서는 패했지만 제작진에겐 한 가지 희망이 생겼다. 셰프들이 처음엔 대결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해도 막상 대결 후엔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셰프들은 각자 명예를 걸고 대결을 펼치면서도 승부 후엔 결과에 상관없이 포옹하고 악수하며 친구가 됐다. 실제로 월드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셰프들은 고국에 돌아가서도 감사 인사를 전하며 “꼭 한국에 다시 와서 우리 셰프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셰프들의 마음을 움직인 쿡가대표 촬영은 사실 힘든 여정(旅程)이었다. ‘해외 올로케’로 진행됐기 때문에 작가들은 촬영과 답사로 한 달에 두세 번씩 출국하며 그 사이 대본과 섭외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또 PD들은 계속된 밤샘 작업으로 집에도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이동희 CP까지 직접 발로 뛰어야 했을 정도다. 비교적 적은 50여 명의 스태프가 대규모 촬영을 소화하느라 매일 녹초가 됐다.
강행군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함께 한 이들이 각자 최선을 다한 때문이다. 갖은 돌발상황에서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요리에 전념해준 우리 셰프들. 또 이방인들에게 기꺼이 주방과 재료를 내어주며 함께 요리해준 각국의 셰프들. 그리고 목이 쉴 정도로 중계를 하면서도 밤새 대본과 대결 관련 멘트까지 숙지를 해오는 든든한 MC들 덕분에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둘 수 있었다.
쿡가대표의 마지막 방송은 셰프들과 제작진이 모여 함께 봤는데, 가슴 찡한 순간이었다. 칼보다 날카롭고 불보다 뜨거웠던 6개월간의 쿡오프, ‘쿡가대표’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그들의 땀방울과 요리에 대한 열정은 아직 다하지 않았기에 다음을 기약해본다. 강윤정 작가ㆍ쿡가대표
◇ 셰프들의 말말말
최현석 <쿡가대표>는 저에게 모험 같은 여행이었습니다. 세계의 셰프들과 요리를 겨루면서 많이 배웠고, 그들과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승부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또 성장했습니다.
이연복 <쿡가대표>덕에 요리 앞에서 더욱 겸손할 수 있었고, 요리의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몸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쿡가대표>는 쿡방의 정점을 찍은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샘킴 평생 잊지 못할 15분이었습니다. 정말 값진 경험을 하게 해준 셰프님들 그리고 <쿡가대표>! 많은 걸 배웠고,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살도 빠지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