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 놓고 바라본 빅토리아 폭포…숨 멎을 듯한 완벽
중앙사보 2016.08.18

여름휴가 이야기. 남아프리카 3국
4. JTBC 디지털뉴스룸 이윤석 기자


# 준 골치 아팠다. 아프리카 여행 관련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때문이었다. 황열병 예방주사와 말라리아 예방약이 필요한가를 놓고 여행을 함께 가기로 한 지인들과 며칠을 고민했다. 대학병원마다 말이 달라 혼란스럽기도 했다. 결국 다양한 예방주사를 양쪽 팔에 두 방씩, 모두 네 방 맞았다. 의사에게 어디로 여행을 떠나는 건지 얘기했더니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굳이 거길 왜 가는 겁니까?”


# 행운 우려한 연착(延着)은 없었다. 7월 17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탄 끝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도착했다.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종일 해가 쨍쨍했고,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펭귄을 보기 위해 볼더스비치로 이동했다. 새끼 펭귄들은 눈을 깜박대며 꾸벅꾸벅 졸고, 어른 펭귄들은 뒤뚱뒤뚱 걷다가 바다로 쏙쏙 들어갔다. 말 그대로 '심쿵'(심장이 쿵쾅거릴 만한 일이라는 뜻의 신조어)한 순간.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을 만큼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매료됐다.


# 희망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 교과서에서만 봤던 희망봉(사실 '곶'이 정확한 명칭)이다. 등대에 오르니 광활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두 대양의 힘 싸움 때문인지 바람이 유독 거칠었다. 가만히 서 있기도 버거울 정도였다. 등대 앞 표지판은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호주 시드니를 가리켰다. 표지판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찼다. 거친 바닷바람마저 설렘으로 다가왔다.


# 동물 과연 아프리카는 동물의 천국이었다. 나미비아 일반 국도에서 사자 두 마리를 만났다. 천천히 다가가 셔터를 누르려던 순간! 갑자기 사자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앞발을 들었다. 심장 박동이 미친 듯이 빨라졌다. 에토샤 국립공원 안에서는 기린과 얼룩말 등 수많은 동물을 코앞에서 지켜봤다. 물을 마시러 이동하는 코끼리 떼의 장엄한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 추위 아프리카는 항상 더울 줄만 알았다. 출국 전 나미비아의 지인이 두꺼운 패딩과 핫팩을 꼭 준비하라고 조언했을 때 그 말을 귀담아 들었어야 했다. 그저 아프리카에 오래 살더니 몸이 허약해져 호들갑을 떤다고만 생각했다.
아프리카의 겨울(7~8월)은 아침저녁으로 진짜 엄청나게 춥다! 한밤에 개방형 사파리 카를 타고 달리다가 얼어 죽을 뻔했다.

# 절정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왜 ‘위대한 폭포’라고 부르는지 온몸으로 느껴졌다. 짐바브웨와 잠비아 사이, 빅토리아 폭포에서다. 웅장한 절벽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줄기, 그 위로 떠있는 한 쌍의 무지개까지. 바위에 걸터앉아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넋을 놓고 물줄기를 바라봤다. 근처를 지나가는 기차의 경적 소리만 아니었다면, 아직도 최면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 감동 9박10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돌이켜보건대 아프리카는 내 생애 최고의 여행지였다. 차를 멈추게 만들었던 아름다운 석양, 마치 누가 그려놓은 것 같았던 밤하늘의 은하수,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달리다 눈이 마주쳤던 수많은 야생동물, 무엇 하나 부족할 게 없었다. 완벽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그저 감동이라는 말밖에...
“아프리카, 아산테 사나!”(스와힐리 어로 고맙습니다란 뜻)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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