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화산·협곡·호수 … 자연의 마법에 '흠뻑'
중앙사보 2016.08.25

여름휴가 이야기. 인도네시아

5. 중앙일보 광고사업본부 정민호 과장

 

한 번도 본 적 없는 하늘 위를 날아간다는 것. 비단 이카루스(그리스 신화의 인물, 하늘을 날다 밀랍 날개가 태양열에 녹아 에게해에 떨어져 죽음)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매혹이자 본능이다. 8월 6일 서울을 출발해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밤 비행기의 창밖엔 한동안 어둠이 이어졌다. 대만 상공을 지나자 비로소 도시의 불빛이 보인다. 하릴없이 기내 토요일자 신문 탐독에 7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비행기는 적도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었다.

 

◇자카르타(Jakarta)=국내총생산(GDP) 세계 16위 국가의 수도로 극단적 부와 빈곤이 공존하는 도시다. 람보르기니 전시장이 있는 고급 쇼핑몰이 도심에 즐비하지만, 바로 옆에 빈민가가 보였다. 1박 후 다음 날 수마트라의 파당으로 향했다.
파당(Padang)=서부 수마트라주의 주도이자 2009년 쓰나미 재해로 널리 알려진 지역이다. 자카르타에서 국내선 라이언에어를 타고 1시간30분 정도 걸렸다. 인도네시아에서 국내선을 탈 때는 항상 창가에 앉기를 권한다. 구름만 없다면 불의 고리, 환태평양 화산대에 위치한 3000~4000m 높이 화산의 장엄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파당 공항에 내려서 폐차 시기를 한참 넘긴듯한 미쓰비시 승합차를 네 번 갈아탄 끝에 첫 번째 목적지인 부킷팅기에 다다를 수 있었다. 


◇부킷팅기(Bukittinggi)=‘높은 언덕’이라는 뜻의 고산지대로, 아침과 저녁엔 한기가 느껴진다. 이곳엔 인도네시아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시아녹 협곡’과 ‘일본땅굴’이 있다. 과연 ‘인력(人力)으로 만드는 게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땅굴의 규모는 엄청났다. 태평양전쟁 피해국인 인도네시아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강제징용과 위안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 열대밀림의 공사현장은 흡사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혹독함 이상이었을 것이다. 참혹한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미안스런 안도와, 전범(戰犯) 기업이 만든 차를 타고 이곳에 와야 하는 아이러니에 씁쓸함이 교차했다.

 

◇마닌자우(Maninjau)=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2시간 동안 산길로 이동한 끝에 마닌자우 호수에 도착했다. 오지 여행에 도가 튼 서양인들도 잘 찾지 않았을 듯한 작은 마을인데, 이날은 왠지 모를 부산함이 느껴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제사이클대회’가 있어 나가는 길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론리플래닛을 탐독하고 계획한 9일의 여정(旅程) 중 하루가 지체된 것이다. 할 수 없이 야생 호랑이를 볼 수 있다는 크린치산은 포기했다. 하지만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자전거 트레킹은 상쾌했다. 또 한국인을 처음 본다는 현지 고등학생 한류(韓流)팬들에게 사진모델이 되어주는 호사를 누렸다. 
총 8박9일의 휴가 여행 동안 항공권을 제외한 숙박과 교통·식사에 50만원 정도를 썼다. 홈스테이와 버짓(budget) 호텔, 로컬 교통 기준이다.
 수마트라는 워낙 오지(奧地)라 쉽지 않겠지만, 매년 수백만 명의 배낭여행자가 찾는 족자카르타나 발리 쪽은 상대적으로 여행 여건이 좋다. 또한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꼽히는 코모도섬과 롬복의 린자니산도 명승지다.
배낭여행을 즐기는 사우가 있다면 꼭 인도네시아를 추천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의 관광진흥책이 추진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자바(Java) 물을 먹은 사람은 반드시 다시 이 곳을 찾는다는 속담이 있다. 중독되어 자꾸 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정민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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