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믿음 가는 언론엔 차별화의 기회"
중앙사보 2016.09.22

임직원 여러분.
 예년보다 이른 추석 때문인지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결실의 계절을 맞아 올 한 해를 차분하게 돌이켜볼 때입니다.
실로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였습니다. 꼭 1년 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기억하실 겁니다. 우리의 다가올 반세기 소망과 비전을 안팎에 천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장내를 가득 메운 임직원들과 내외 귀빈들 앞에서 우리는 미디어 혁신을 기필코 이루겠다, 역사의 소명을 다하는 언론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가 두 발 딛고 서 있는 기존 사업영역의 지속성장을 올 한 해 유지하면서 신규사업 도전에 힘써 주신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미디어 업계는 지금 우리가 벌이는 새로운 역사(役事)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다들 한 치 앞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의 도전에서 실마리를 얻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 생일을 맞아 가장 큰 상을 받은 분들 모두 디지털ㆍ디자인 혁신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일보의 경우 디지털 혁신 보고서와 해외 전문가 컨설팅의 도움을 받아, 기사ㆍ오피니언의 생산구조 및 유통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국내 미디어 업계 처음으로 취재ㆍ제작 부서를 분리한 데 이어 ‘아이(EYE)24’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젊은 디지털 전문인력을 대거 수혈해, 기자를 비롯한 콘텐트 제작 인력과 협업하게 함으로써 성과를 냈습니다. 알파고-이세돌 바둑 대결이나 리우 올림픽 실황의 디지털 중계를 비롯해 고참 논설위원들의 페이스북 라이브, 네이티브 애드 같은 성과는 하드웨어의 개편과 소프트웨어의 창의적 결합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서소문뿐만 아니라 상암 쪽의 변화도 눈부십니다. 보도ㆍ예능에 이어 스포츠ㆍ드라마까지 활기를 띠면서 설립 5년도 안 된 JTBC는 지상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자를 상대로 조사한 ‘좋은 방송사’ 순위에서 2년째 지상파를 제치고 1위를 했습니다. 8시 뉴스룸은 각종 리서치에서 신뢰받는 방송 프로그램 단골 1위에 올라 있습니다. 뉴스룸 시청률도 총선 이후 오름세를 보인 끝에 3%대에 안착했습니다. 선거와 재난 보도는 페이스북 등 SNS와 손잡고 놀랄 만한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JTBC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상암 신뢰관 옆에 창조관을, 일산 한류월드 부근에 제작 스튜디오를 지을 예정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저는 디지털 시대에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과 함께, 변치 말아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올 신년사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플랫폼이 아무리 달라진다 해도 미디어의 소명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좋은 콘텐트를 만들어 공익에 기여할 의무가 그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 올해도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우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연중 시리즈를 끈기 있게 밀고 나간 덕분에 정부와 국회는 저출산 극복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기에 이르렀습니다.
 ‘평화 오디세이’는 중앙일보와 JTBC가 힘을 합해 중국에 이어 러시아 땅에서 큰 울림을 만들어 냈습니다. 국내 대표지성 수십 명이 뭉쳐 우리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며 분단 극복과 동북아 미래를 토론했습니다.  
매력시민 ‘컬처 디자이너’의 발굴 작업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소박한 열정과 재능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행복 DNA를 나눠줄 수 있다는 풀뿌리 시민운동을 조명했습니다. 
 JTBC는 다양성이란 어젠다를 설정해 다문화 가정에 관한 캠페인 영상 연작을 시청자들에게 전했습니다. 보도에서는 격조 있는 앵커브리핑ㆍ목요초대석ㆍ팩트체크, 예능의 ‘아는 형님’, 드라마의 ‘청춘시대’ 같은 프로그램들이 ‘다채로운 즐거움’이라는 JTBC의 DNA를 더욱 공고하게 하고 있습니다.
 보광은 중앙 가족으로서 레저 문화의 창달 이외에도 국가적 대사인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책무가 있습니다. 메가박스는 영화를 통해 문화 소외 지역에 행복을 나눠주는 ‘시네마천국’ 프로젝트처럼 좋은 일을 많이 하길 바랍니다.

임직원 여러분.
 미디어 수용자 환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언론보도의 진위나 의도를 독자나 시청자들로부터 의심받곤 합니다. 투명하고 정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겸손과 경청의 미덕도 절실합니다. 우리는 진작부터 신뢰와 창조를 핵심가치로 공유해 왔습니다 특권의식을 버리고 취재ㆍ영업 활동에서 공명정대하게 임합시다. 임직원들이 본연의 일을 수행하는 데 위축되지 않도록 회사가 지원할 것입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믿음이 가는 언론엔 차별화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중앙(中央)’이라는 제호처럼 혼돈의 시대에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만성 디플레 경제 상황과 저출산ㆍ고령화ㆍ청년실업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치ㆍ사회적으론 계층ㆍ이념ㆍ세대 간 갈등으로 과격하기 짝이 없는 극단 주장이 난무합니다. 지도층의 일탈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북한은 핵 개발로 한반도 안보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강대국들도 점점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중앙미디어는 열린 자세, 합리적 논조를 내세워 난국과 어지러운 민심을 바로잡는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임직원 여러분.
 우리의 혁신 작업 이야기로 끝을 맺겠습니다. 모두(冒頭)에서 말씀했듯이 1년 전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가 다짐한 것은 사회적 책무와 더불어 미디어의 혁신이었습니다.
 인쇄매체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컨버전스가, 방송매체는 영상과 디지털의 컨버전스가 정해진 방향이라고 믿습니다. 나아가 신문과 방송은 언젠가 한군데에서 만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지금 우리가 그 방향의 지름길을 걷는 것이 아닐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틀리면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며 목표를 향해 전진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 홍석현

홍석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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