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민 인터뷰 중 "더 큰 지진"…뉴스 판도 흔들다
중앙사보 2016.09.29

경주 지진 발빠른 보도
긴박했던 보도국 뒷얘기

경주에서 규모 5.1 지진 발생. 9월 12일 오후 8시 ‘뉴스룸’ 시작 10분 전 갑자기 들어온 속보. 우리나라에서 규모 5대(臺) 지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보도국이 술렁였다. 우선 뉴스 진행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대기 중이던 손석희 사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최대한 빨리 관련 꼭지를 준비하라는 짤막한 지시. 그리고 마치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듯 곧 “관련 소식을 전해 드리겠다”며 태연하게 뉴스룸의 문을 열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보도국. 오병상 보도총괄의 지휘 아래 보도국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연결은 베테랑 기자들의 몫이었다. 남궁욱·성문규·윤정식 기자가 총대를 멨다. 막강한 섭외력을 자랑하는 메인뉴스팀 작가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진 규모, 정부 대응, 현지 주민 연결, 전문가 섭외…. 10여 분 만에 뉴스 한 블록이 완성됐다.
 문제는 영상. 지도 CG 한 장으로 뉴스를 끌고 갈 순 없었다. 기자들이 SNS와 유튜브를 한창 뒤지던 그때 보도국 전화벨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쏟아진 지진 관련 제보들. 그중엔 영상과 사진을 제공하겠다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같은 시각 뉴스 부조정실도 전쟁터였다.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 외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뉴스를 시작한 상황. 김진우 PD가 새롭게 들어오는 소식을 끊임없이 손 앵커에게 전달했다.
 뉴스 시작 25분 만에 들어간 지진 속보. 역시나 기자들이 정성껏 만든 질문지는 참고용일 뿐이었다. 약속 대련(짜여진 대본 위주의 토크)은 없다고 천명했던 손 사장. 현재 진행형인 재난에 대해 시청자 입장에서 궁금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중 백미는 원전은요? 순간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그 유명한 대전은요? 발언을 떠올린 건 나뿐이었을까. 질문 하나로 원전 안전성이란 어젠다를 선점하는 순간이었다.
 지금 더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게 본진인 거 같아요! 오후 8시30분이 조금 지난 시각, 지진 피해 상황을 듣고자 연결했던 경주 시민 허수경씨의 다급한 목소리. 지금 막 1차 때보다 강한 지진이 발생했단 말에 다들 반신반의했다. 그의 말을 받아 속보 자막을 내보내면서도 내심 찜찜해하던 차. 경주 또다시 규모 5.8 지진이란 속보가 떴다. 예기치 않게 지진 본진을 생중계한 상황이 되었다. 허씨와의 연결은 이번 지진 보도의 하이라이트였다.
 지금부터 큐시트 밀고, 지진 특보로 전환한다. 준비되는 대로 연결 물려. 규모 5.8의 강진이 또다시 경북 경주를 덮쳤다는 소식에 지체 없이 특보 전환을 결정한 손 사장. 이후 뉴스를 끌고 간 것은 손 사장의 내공 덕이 컸다. 두서 없는 속보 연결 속에 맥락을 찾았고 빈 큐시트를 채웠다.
 이젠 나한테 넘겨. 기상청의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 중계되어 버린 손 사장의 지시 멘트. 이번 특보의 유일한 ‘방송 사고’조차 긴박감을 더하는 효과를 냈다. 다급한 재난 상황에 한가로이 드라마를 틀어주고 메인뉴스 시간에 제대로 된 속보조차 보도 못한 타사들에 실망해서였을까. 아니면 제대로 된 피난 문자 하나 보내지 못한 정부에 부아가 나서일까.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의 역할을 JTBC에 넘겨라 손석희 앵커가 재난의 컨트롤타워란 반응이 이어졌다. JTBC는 이번 지진 특보를 통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다시 한번 다졌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5%에 가까운 시청률(지진 특보 50분간은 6%)로 화답했다.
 ‘경주 규모 4.5 지진 발생’. 경주 강진이 발생한 지 꼭 일주일 만에 거짓말처럼 긴급 속보가 날아들었다. “자세한 지진 소식은 잠시 뒤 취재기자 연결해서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전히 냉정을 잃지 않은 손 사장의 목소리. 하지만 보도국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또다시 각본 없는 ‘특보’가 시작됐다. 조익신 기자·JTBC

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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