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먹방 아닌 식큐멘터리… 색다른 포맷 통했다
중앙사보 2016.10.27

음식과 다큐멘터리의 결합
JTBC 신설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는 제목이 곧 콘셉트다. 한때 ‘국민MC’였던 이경규·강호동이 나그네가 되어 도시를 헤매다 소박한 저녁 한 끼를 얻어먹는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또 먹방이냐?’ ‘쿡방이냐?’ 논란도 있었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한끼줍쇼’는 먹방에서 조금 비켜간, 음식과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의 식(食)큐멘터리였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정치인이 있었을 만큼 현대인들의 저녁 풍경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혼밥(혼자 먹는 밥)족 편도(편의점 도시락)족 등 신조어만 봐도 그렇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는 전설일지 모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각양각색 저녁 풍속도를 들여다보고 우리의 ‘저녁’을 한번쯤 되새겨보자는 것이 기획 의도이다.

 

차가운 도심 속 따뜻한 저녁 한 끼
‘슈가맨’의 연출팀과 작가팀이 다시 모여 만든 ‘한끼줍쇼’는 이처럼 요즘 사람들의 저녁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간단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 찾아가면 밥을 줄까?’ 이야기를 나누던 제작진은 평범한 동네, 일반적인 가정집으로 가닥이 모아졌다. 그 다음은 과연 누가 찾아가야 하느냐였다. 국민MC 유재석과 요즘 잘나가는 유희열이라면 선뜻 밥을 줄까? 같은 고민이었다. ‘한끼줍쇼’는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제안이 아니라 일종의 구걸(?)이다. 제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이라도 사람들이 흔쾌히 문을 열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 밥 한 끼를 줄지 말지에 있지는 않다. 저녁 한 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라고 명시했듯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른 MC 자질이 필요했다.

 

왜 규동인가
한끼줍쇼는 예능 방송의 ‘고수’ 이경규,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선수’ 강호동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아이템일지 모른다.
늘 핵심만 굵고 짧게 짚어야 한다는 이경규, 늘 방송과 상관 없이 분량을 최대한 뽑아야 한다는 강호동,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은 23년 만에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다. 투덜대고 버럭대는 이경규는 온데간데 없고 수난과 굴욕이 이어진다. 아는 형님 노릇을 하던 대장 강호동은 행님(형님의 사투리)을 남발하는 아우가 되었다. 방송 내내 이경규는 이윤석을, 강호동은 이수근을 그리워하며 티격태격하고 있다. 규동 브러더스의 불화(不和)가 깊어질수록 시청자들의 웃음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톰과 제리, 상극(相剋)인 두 사람의 폭발력은 생각보다 더 컸고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기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는 방송이야말로 이경규가 꿈꾸던 방송이었다. 하지만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게 하기 위해 스태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가정집이 모인 평범한 동네를 찾아 헌팅하는 일뿐이다. 그 동네만의 이색적인 풍경은 무엇인지, 저녁 시간에 불 켜진 집은 얼마나 있는지 등 동네의 일상을 체크해야 한다.
첫 번째 구걸지인 서울 망원동 역시 지극한 평범함에서 비롯됐다. MC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마을에 들어갔고 치열한 작전회의를 거쳐, 동네를 염탐하며 한 끼를 줄 집들을 찜했다. 무수한 거절과 퇴짜가 돌아왔다. 그럼에도 시청률 2.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으로 순항을 예고했다.

 

식구(食口), 함께 밥 먹기
앞으로 저녁 한 끼를 주는 집이 많아질지, 계속해서 대문이 꽁꽁 닫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새로운 동네에서, 평범한 사람을 만나, 일상의 저녁을 함께하기 위한 두 사람의 초인종 누르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식구(食口).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다. 저녁 한 끼를 나눴다고 해서 처음 만난 타인이 식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우연찮게 다가와 대화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면 이게 바로 2016년식 시크하고 쿨한 식구의 모습이 아닐까?
 신여진 작가·JTBC 한끼줍쇼

신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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