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로메고 지하철축구장심야택시 종횡무진
중앙사보 2016.11.03

'가봤습니다' 취재 뒷얘기
생생한 영상 위해 모험
모바일SNS서 인기


 

디지털 뉴스현장은 전쟁이다. 인상적인 영상, 변화된 콘텐트가 무기다.
 고프로(Gopro)’ 카메라를 이용해 ‘가봤습니다’라는 기획물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백병전’에서 이겨야 진정한 승리라고 판단했다. 고프로는 닉 우드먼이 2002년 설립한 브랜드로, 이동하는 사람의 시각에서 실감 나는 영상을 잡아내 글로벌 액션 카메라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8~10㎜ 렌즈의 고프로는 접근성이 장점이다. 작고 가벼워 때로는 손에 들고, 때로는 머리에 붙이고 다닌다. 뒤섞여 싸우는 육박전 같은 취재현장에서 차별화라는 과녁을 가장 잘 맞힐 만한 무기다.
 ‘가봤습니다’ 첫 아이템은 지하철 백팩이었다. 뒤로 멘 가방 때문에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원성이 오래전부터 자자해 현장 취재에 나섰다. 지난 8월 30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시청 구간 전동차 안은 승객들이 붐비지 않았다. 하지만 가방을 뒤로 멘 승객들이 통로 양쪽에 등을 대고 서 있어 통행로가 확보되지 않았다. 가방 사이에 끼인 승객도 있었다. 이런 영상들은 생생하게 고프로에 담겼다.
 두 번째 ‘가봤습니다’ 는 JTBC가 9월 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생중계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였다. 중국 축구 응원단은 ‘추미(球迷)’라고 불린다. ‘공에 미친 사람’이란 뜻이다. 2000년 7월 28일 중국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열린 한·중 축구 정기전에서 1-0으로 중국이 패하자 추미는 한국 응원단에 돌멩이를 던지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중국축구협회가 경기장 남측 전 좌석(1만5000석) 티켓을 싹쓸이할 만큼 그들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과열로 인한 불상사 우려가 나왔다.
고프로 한 대는 머리에 묶고, 한 대는 오른손에 들고 한국에 패한 중국의 추미 응원단 속으로 뛰어들었다. 위기 상황이 닥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무기라곤 ‘니하오(안녕하세요)’ ‘셰셰(감사합니다)’ ‘짜이젠(안녕히 계십시오)’이 전부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응원단에 “니하오”라고 말하며 인사를 건넸다. 걱정은 기우였다. 그들은 의외로 친절했다. “다음엔 이길 것”이라면서 인터뷰에도 흔쾌히 응했다. 이날 ‘가봤습니다-한·중전 끝나고 추미 한가운데 가 보니’는 몇 시간 동안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와 SNS 페이스북 등에서 많은 클릭을 이끌어냈다.
 이후에도 ‘가봤습니다’는 ‘추석 차례상 비용 시장 가서 알아보니…20만4300원’(9월 12일), ‘테마파크에는 좀비가 있다’(9월 26일), ‘귀 잘리고 생식기 괴사된 유기견들의 하루’(9월 30일), ‘카타르전의 붉은 악마, 오늘은 이란 잡으러 간다’(10월 11일), ‘아름다운 불꽃축제 후 한강공원 뒤덮은 쓰레기 축제…아쉬운 시민의식’(10월 11일), ‘심야택시 승차거부 여전’(10월 18일) 등으로 뉴스현장을 누비고 있다.
 국회에서 단독 영상을 찍기도 했다. 국감이 파행을 빚던 9월 27일 새누리당의 고위 인사가 ‘고프로’를 보더니 “뭐야 이거? 희한한 게 다 있어?”라며 신기해했다. 이에 “고프로”라고 설명하자 “고프로? 동영상 찍는 카메라예요? 희한하네. 처음 본다”며 카메라를 받아들고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 영상은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 고프로 카메라 보더니…셀카 찍으며’라는 제목으로 사이버 공간에 퍼져나갔다.
 이젠 머리에 묶은 ‘고프로’가 어색하지 않다. 새로운 콘텐트에 도전할 땐 걱정도 두려움도 많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걱정하며 고민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장 속에 뛰어들고 나면 고민했던 것과는 달리 새로운 그림이 펼쳐졌다. 그것은 차별화된 영상과 뉴스였다. ‘가봤습니다’가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하는 ‘고(高)프로(Pro)’ 동영상 뉴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조수진 사우·중앙일보

조수진 사우
첨부파일
이어서 읽기 좋은 콘텐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