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만에 탐사물 만들어낸 마법 ‘최순실 게이트’시청률 신기록
중앙사보 2016.11.03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정윤회 부친 단독 인터뷰

JTBC 뉴스룸이 최순실 파일을 특종 보도한 월요일(10월 24일) 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닥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규연 탐사기획국장의 소집령이 떨어졌다. 방침이 전달됐다. ‘스포트라이트’의 제작 일정을 변경한다, 당장 ‘최순실 게이트’에 긴급 대응한다 등등. 즉석 테마를 불과 엿새 뒤인 일요일에 방송하자는 얘기다. 상황에 따라선 2부와 3부도 준비하자는 지시까지 나왔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6주 혹은 7주 단위로 제작이 이뤄진다. 그렇게 해도 빠듯한 제작 일정에 허덕이기 일쑤다. 이런 프로그램을 6일 만에 만들라니…. 6주를 6일로 줄이는 마법은 호사가들에겐 흥미진진할지 몰라도 그걸 만들어 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죽음’이다.
 물론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신생 탐사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굵직한 현안이 발생할 때면 차별성과 시의성을 겸비하기 위해 1~2주 내에 대응해 왔다. 2회 ‘메르스, 파괴적 X-이벤트’는 1주, ‘가습기 살균제 대참사’ 3부작은 4주, 추석 연휴 기간에 발생한 경주 지진은 4일 동안 취재와 제작을 마치고 방송한 경험이 있다.
 그래도 이런 것들은 비교적 현장이라는 곳이 여기저기 있어서 잘 취재하면 방송 분량을 채울 만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국민 관심 집중의 대상이었고, 취재 현장마다 모든 언론의 경쟁이 뜨거웠다. 어떤 뉴스가 떠오를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월요일 밤 회의에서 뉴스룸이 보도한 태블릿PC에 일단 주목했다.
우리가 취재한 새로운 사실과 연결시키고, 이전에 준비하던 이화여대 사태를 중심으로 최순실의 정체를 탐사했다. 또 게이트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최태민 미스터리를 풀어보자고 대략적인 취재 방향을 정리했다. 큰 흐름은 이렇게 잡되 담아야 할 큰 뉴스가 생기면 방송 직전까지 최대한 반영하자는 의견도 채택됐다. 방송 당일인 일요일 오전, 최순실의 전격 귀국을 무리 없이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전 준비 덕택이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7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각 팀은 PD 1명과 조연출, 메인 작가와 막내 작가 4명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박지윤 기자와 봉지욱 기자가 취재력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원과 프리랜서, PD와 기자가 합친 ‘다국적 외인부대’가 협업을 한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제작에는 기자 2명과 3개 팀이 투입돼 방송을 준비했다. 봉지욱 기자는 최순실 일가를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봤다. 최씨 집에서 살기도 했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인물을 끈질긴 노력 끝에 인터뷰로 끌어냈다. 최순실 일가가 평창 올림픽을 돈벌이 무대로 삼으려 했던 여러 정황이 밝혀졌다. 최순실의 조카가 이권에 적극 개입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이 인터뷰로 드러난 것이다.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의 부친을 방송 최초로 단독 인터뷰해 그동안 다른 매체에서는 듣지 못했던 최씨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10월 30일 일요일 밤 9시40분 방송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추며 모든 제작이 완료됐다. 방송 시작 전부터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프로그램 이름이 오르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언급하는 내용들이 연이어 검색어에 오르는 것을 보며 시청률을 조금 기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날 받아본 성적표는 그런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였다. 전국 시청률 6.07%, 수도권 기준으론 6.48%를 기록했다. 뉴스를 제외하고 10월 마지막 주에 방송된 JTBC의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이 나온 것이다. 이것은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성과를 넘어 JT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긴급하게 제작해 아쉬움과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JTBC는 신뢰할 수 있다’는 시청자들의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번 주에도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최순실 게이트’ 2탄를 준비하고 있다. 떨린다.
 김명환 JTBC 탐사제작팀장

김명환 탐사제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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