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철통보안 진행 … JP "성의에 내가 졌어"
중앙일보 중앙사보 2015.03.23
뜨거운 독자 반응 '김종필 증언록' 탄생까지 … 50여 년 전 일 어제 일처럼 들려줘

9월 30일, 중앙일보 편집국에 인사를 알리는 방이 붙었다. ‘신년기획TF팀 전영기 팀장, 한애란 기자’.


예고 없던 인사에 대한 해석은 분분했다. 사사(社史) 편찬팀이다, ‘시민’ 기획을 하는 팀이다, 창간 50주년 행사 준비팀이다 등등. 그 반응들에 한동안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했다. 팀장이 내린 ‘비밀 준수’ 지침(“당분간은 남편에게도 알리지 말라”) 때문이었다. 이 극비(極秘) 프로젝트가 중앙일보 3월 2일자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종필(JP) 증언록’이다.

 

김종필 증언록 탄생 과정의 세세한 이야기까지 아직 공개하긴 이르다.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지난해 9월 11일 있었던 홍석현 회장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오찬 자리가 결정적이었단 점이다. 과거 JP는 회고록을 쓰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JP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증언록을 남기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중앙일보) 성의에들 내가 졌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총 17차례의 인터뷰가 있었고, 지금도 이어진다. 인터뷰는 매주 토요일 JP의 자택에서 진행한다. JP가 1962년부터 50년 넘게 살아온 서울 신당동(한때는 청구동이라 불림)의 낡은 단독주택이다. 박보균 대기자, 전영기 국장과 필자, 이렇게 세 사람이 고정 참석자다. JP 측은 JP와 두 명의 보좌관(김상윤·이덕주 특보)이 참석한다.


JP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잘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거실 소파에 앉아서 인터뷰하는 모습만 보면 구순(九旬)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정하다. 목소리에 힘이 있고 기억도 또렷하다. 50여 년 전 일을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히 들려준다.

 

그중엔 우리에게 처음 털어놓은 이야기도 많다. ‘박정희 좌익 의혹 씻기 위해 5·16 반공 국시(國是) 넣었다’(3월 2일자 1면)나 ‘박정희는 권력의지가 약했다’(3월 3일자 1면)는 증언이 그렇다. 앞으로 쓸 내용 중에도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사실이 즐비하다. 그래서 ‘현대사를 새로 쓴다’는 생각으로 집필에 임하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제는 사진이다.

 

중앙일보 창간 전인 1960년대 초반 사진이 많이 필요하다. 사진을 구하느라 전담 편집자인 전승우 차장이 쉬는 날에도 발로 뛰고 있다. 
연재 시작 뒤 증언록에 쏟아진 뜨거운 반응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겠다. 다만 이렇게 말한 독자들이 꽤 있었다. “원래 중앙일보 안 봤는데, 이것 때문에 봐.” 최근 전영기 국장은 한 종편 방송사의 JP 관련 출연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독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까지 연재하느냐다. 기간을 정해두진 않았지만 100회는 가지 않을까 싶다. JP가 품은 이야기의 스케일로 볼 때 그렇다. 이번 주 증언록에서 JP는 막 5·16을 일으킨다. 앞으로 중앙정보부장과 총리 시절을 거쳐, 10·26과 12·12를 지나, 3당 합당과 DJP 연합까지 숨가쁜 여정을 이어간다. 기대하고 응원해 주시라. 장담컨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한애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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