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몰래 쓱싹쓱싹 그려 선물 … 깜짝 캐리커처에 미플 "하하호호~"
중앙일보 중앙사보 2015.03.23
이런 사우 어때요 강동근·최승희 웹디자이너 소통 위해 1년째 앞장

토끼처럼 동그란 눈을 가진 여성 대리의 얼굴 그림엔 토끼 귀를 그려넣었다. ‘아이디어 뱅크’인 차장의 머리 위엔 불 켜진 전구가 떠 있다. 큰 눈망울을 가진 동기의 얼굴 그림에선 유난히 눈동자가 반짝인다. 눈·코·입이 남들보다 조금 모여있는 대리의 특징을 잘 잡아낸 그림은 보는 이를 박장대소(拍掌大笑)하게 만든다. 서울 서소문로 J빌딩에서 오가다 만났을 이 얼굴들. 강동근·최승희 디자이너가 동료들을 그린 캐리커처다. 중앙일보미디어플러스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두 사람은 지난해 5월부터 동료들의 얼굴을 그려 선물하고 있다.

 


‘토끼 귀’의 주인공인 김민지 대리는 “두 디자이너의 재미있는 시도가 사무실 분위기를 한층 더 밝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멀티미디어디자인을 전공했다. 학창시절부터 주변 사람이나 유명인의 캐리커처 그리기를 좋아했다. 매일 보는 동료는 캐리커처 그리기에 최적의 모델이다. 이들은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했다”면서 “동료 얼굴의 특징을 과장되게 그려서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리커처를 받은 동료들은 두 사람의 기대 이상으로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본 두 디자이너는 ‘회사 생활의 작은 활력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30명가량의 동료 얼굴을 전자펜(일러스트)이나 손 그림으로 그렸다. 얼굴 특징을 재빨리 잡아내 1~2분 만에 쓱쓱 싹싹 그려낸 것도 있고, 한두 시간 공들여 색칠까지 한 그림도 있다. 대부분 주인공 모르게 작업을 마친 뒤 공개해 그림 선물 받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메모지에 그린 뒤 동료가 없는 틈을 타 PC 화면에 붙여 놓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들 덕에 회사 안에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먼저 동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강 디자이너는 “이전엔 동료가 출근해도 일하느라 고개도 제대로 안 들고 인사했는데, 이젠 특징을 잡아내기 위해 눈을 마주치고 인사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캐리커처를 그려주면서 신입사원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중앙일보미디어플러스의 기자·경영·디자이너직 ‘막내’들이 등장하는 단체 그림도 그렸다. 강 디자이너는 “직종을 망라해 막내들이 서로를 다독이고 으쌰으쌰 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회사 내에서 캐리커처가 인기를 끌면서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 중엔 경영진도 있다.

 

최 디자이너는 “그림을 통해서 인턴부터 임원진까지 모든 연령대와 소통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림을 주고받으면서 웃음꽃을 피우자 사무실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다.

임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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