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와서 대로를 대화의 장으로… 마음의 울림 나눠
중앙사보 2016.12.22

JTBC 거리토크쇼‘말하는대로’
버스킹 공연 듣고 기부하고
의미와 재미 담은 공감 기획


요즘 같은 세상에 할 말은 많은데 딱히 말할 곳이 없다. 조선시대면 답답한 속 뻥 뚫리게 신문고라도 쳤겠지만…. 이제 어디서 칠 게 없으니까 키보드만 치게 된다.”
 누구나 오가는 거리에서 말하고 듣고 얘기 나눌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은 그래서다. ‘말하는대로!’ 대로(大路)를 대화의 장으로 만들고 싶은 의욕 넘치는 프로그램의 시작은 그러했다.
 매주 거리에서 펼쳐지는, 말로 하는 거리 공연을 위해 MC 유희열과 하하는 공연마스터가 되고 출연자들은 버스커(busker거리 공연자)가 된다. 그리고 시민들은 우연히 길을 가다 강연을 듣고 마음에 울림이 있다면 자발적으로 1000원을 기부해 좋은 일에 쓴다. ‘세상에! 이 프로그램 단점이 없잖아?’ 탄성을 지르던 MC 유희열은 기획안을 들여다보고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의미는 정말 좋다. 그런데 재미는 ‘드~럽게’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재미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1명의 천재보다 10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야 더 좋은 방송을 만든다는 게 방송계의 속설이다. 5명의 PD와 8명의 작가들은 기획회의 내내 끊임없는 고민을 반복했다. 그러다 ‘말하는대로의 승부수는 말의 힘! 이야기에 있다’는 결론을 찾았다.
 대단히 잘난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떠드는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거리에서 함께 얘기하고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나갈 것. 그리고 자신들만의 철학을 가진 용기 있는 자들이 거리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본다는 명료한 포맷. 제작진은 매주 ‘말의 맛’ 그리고 ‘말의 온도’를 통해 프로그램의 재미를 찾아보고 싶었다.
 우리는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내놓은 말맛을 극대화하려는 욕심에 말을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좇는 성공스토리에 집착하지 않는다. 또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고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버스커들의 경험과 조언을 따뜻한 말의 온도를 담아 나눈다. 이야기를 듣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렇게 2016년 9월 말하는대로를 거리에 펼치기 시작했다.
 버스커는 마이크를 쥐고 거리로 나선다. 연예인·작가·의사·경찰·소방관·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 누구라도 손에 쥔 것은 마이크뿐이다. 용감하게 거리로 나가 각자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첫 녹화 당시 사람들을 붙잡고 “내 이야기를 들어봐 주세요”라고 외치는 일은 직접 그 말을 내뱉어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지켜보는 제작진에게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첫 녹화 후 4개월 남짓 지난 지금은 거리에 빨간 문만 보이면 안전사고를 걱정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 자리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거리에서 버스킹을 듣던 시민들의 적극적인 질의응답도 이어진다. 때로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열띤 설전도 곧잘 벌어진다. 시민들은 자신의 아픔을 처음 보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나누며 서로 위로하기도 한다. 거리에서 말 한마디로 얽힌 버스커와 시민들은 짧은 시간임에도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이것이 말이 가진 힘이자 참맛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매주 말하는대로의 제작진은 거리에서 말의 맛과 온도를 체감하고 있다.
 때로는 현 시국을 냉정하고 차갑게 비판하는 말, 또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뜨거운 위로의 말들이 매주 거리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말하는대로가 가진 가장 큰 힘이자 무기는 거리, 그리고 그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우리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도 말에 울림이 있으면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 또 예상치 못한 거리에서 예상치 못한 만남이 주는 즐거움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매주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로(大路)를 대화의 장으로 만들고 싶은 야망(?)이 단순히 야망에서 멈추지 않도록. 윤신혜 작가·말하는대로

 

윤신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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