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특별취재팀 연이은 특종으로 회장상 수상
중앙사보 2017.01.12

JTBC 전진배 정치1부장, 서복현ㆍ신혜원ㆍ박병현 정치1부 기자, 손용석 탐사플러스팀장, 심수미ㆍ김태영ㆍ김필준 사회2부 기자 등 특별취재팀 8명이 1월 12일 중앙일보JTBC 회장상을 수상한다. 특별취재팀은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연이은 특종으로 JTBC의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최순실 태블릿PC’ 특종 보도(2016년 10월 24일) 이후 JTBC 뉴스룸 시청률은 1월 2일  11.46%(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이어진 신년특집토론은 11.89%(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는 등 기록을 거듭 경신했다. 현재 뉴스룸의 평균 시청률은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회장상은 그룹 최고경영진, 대표 계열사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들로 구성된 ‘그룹 포상심의위원회’가 각 사에서 상신한 의견 을 검토해 수상자를 가린다. 2015년 회장상의 영예는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笑而不答)’을 연재한 중앙일보 박보균 대기자, 전영기 칼럼니스트, 최준호전승우 차장, 한애란 기자 등 5명에게 돌아갔다. 
 심수미 기자는 지난해 12월 28일 한국여기자협회(회장 채경옥)가 주는 제14회 ‘올해의 여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심 기자가 취재기를 직접 전한다. 

 

올해의 여기자상 심수미 기자의 취재 뒷얘기

 

최순실 의혹 위험한 취재라 말렸지만
‘팩트’확인 욕심에 취재원 9시간 쫓아다녀“

 

여자가 뭐 이렇게 위험한 걸 취재해요, 하지 마.”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취재하면서 핵심 관계자에게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넘겼다. 첫째, 팩트가 틀렸고(뭐가 위험하지?) 둘째, 언쟁할 가치가 없었다(여자라서 어쩌라고?). 하지만 같은 말을 세 번쯤 되풀이할 때는 참기 어려웠다. “‘여자가’ ‘여자가’ 이런 소리 그만 좀 하시죠.”
 고백하건대 처음에는 정말 몰랐다. 최순실씨가 실제 그렇게까지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줄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모르는 상대를 겁낼 이유는 없었다. 나의 궁금증은 그저 상식 수준이었다. 16개 대기업은 왜 일사불란하게 486억원을 갖다 바쳤을까? 왜 미르재단은 하필 10월 27일에 맞춰 설립돼야 했을까? 당시 국정감사를 준비하던 국회의원실 사이에서는 “10·26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설처럼 통하고 있었다. ‘설(說)’ 말고 ‘팩트’에 접근하고 싶었다. ‘갑’의 대명사 대기업이 ‘을’로 전락한 진짜 이유를 알고 싶었다.
 각계의 취재원을 접촉하다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과 통화가 닿았다. “보도를 전제로 만날 수 없다”는 이씨를 어렵게 서울 여의도 모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지만 그는 좀처럼 경계를 풀지 않았다. “들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심각한 신변 위협을 느낀다” “왜 내가 이야기를 해 줘야 하느냐”고도 했다.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이씨의 입에서 마침내 “그래서 뭐가 제일 궁금한데?”라는 말이 나오자 속으로 ‘할렐루야’를 외쳤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그 순간 커피숍에 쏟아졌던 햇살의 각도와 공기 속에 떠다니던 먼지 같은 것들도 정확하게 기억이 날 정도다. 나의 첫 질문은 “왜 10월 27일이어야 했어요?”였다.
 이씨는 나중에 이 점을 조금 특이하게 느꼈다는 듯 말했다. “그동안 만난 기자들은 다 똑같았는데, 그저 ‘최순실’ ‘최순실’… 내가 뭐라고 최순실을 정확하게 알겠어? 나는 그저 내가 보고 들은 것을 말할 수 있을 뿐이야.” 그다음부터는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그대로다. 첫날(지난해 10월 4일)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고, 이튿날 이씨를 다시 찾아가 밤 12시까지 9시간을 쫓아다녔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씨가 기계음처럼 되풀이하는 “내가 왜 당신에게 말을 해 줘야 되는데?”에 대한 끝없는 설득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고영태씨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고씨로부터 “(최순실)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게 (대통령)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번 사건에서 서로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것들 사이에 ‘최순실’과 ‘고영태’를 넣으니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찾아가야 할 장소와 만나야 할 사람이 대폭 늘었다. 그 결과 서울 청담동 더블루K(최씨 회사) 사무실을 JTBC가 가장 먼저 찾아갔고, 책상 안에 있던 태블릿PC를 확보할 수 있었다. 독일 출장을 다녀온 뒤 지난해 11월 초, 한 달여 만에 법조팀으로 복귀를 했더니 2명이었던 수사검사는 40명 가까이로 늘었고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태블릿PC 출처에 대한 각종 음해성 괴소문, 그리고 ‘XX년’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악성 글을 접할 때마다 사건 초기 취재원이 경고했던 ‘위험한 취재’라는 말을 떠올린다. 돌이켜보면 몰라서 다행이었다. 무식해서 용감했다. 하지만 알았어도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특별취재팀원 모두는 비상식적인 현실에 의문을 품고, 밤낮없이 머리를 맞대고, 더 많은 현장을 돌아다녔다. 많이 부족하고 고집만 센 나를 전진배 부장과 손용석 팀장이 다독이며 끌어주었고, 팀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꼼꼼하고 치열하게 취재했다. 이들 덕에, 분에 넘치는 ‘올해의 여기자상’까지 받게 됐다.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아직 특검 수사와 헌재의 탄핵심판이 계속 진행 중이다. 누구 말처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심수미 기자·JTBC

심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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