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백건우 등 초대… 온라인에 울려 퍼지는 고전음악의 향연
중앙사보 2017.02.16

김호정 기자의 ‘고전적 하루’

6년 전 팟캐스트로 시작
영상 더해 다양한 포맷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등 인기


‘고전적 하루’는 6년 전 작은 회의실에서 시작했다. 중앙일보 문화부 김호정 기자와 함께 마이크와 노트북만으로 클래식 음악 팟캐스트를 만들었다. JTBC 개국 등 각자의 바쁜 일정 때문에 20여 회쯤에서 멈췄다. “이건 꼭 이어가자”는 다짐과 함께였다.


 새롭게 시작하는 고전적 하루는 그때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음성에서 영상으로의 진화다. 음악가가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고전적 하루는 아늑한 다락방에서 음악가를 초대해 대화를 나누고 그가 좋아하는 연주를 듣는 구조다. 대부분의 방송국에서 사업성을 이유로 클래식 프로그램을 폐지한 지금, 오히려 나는 소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흔들림 없는 자발적인 소비자가 존재하는 시장이며 콘텐트 공급자 입장에선 타깃층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클래식에 대한 문턱을 조금 낮추고 젊은 클래식 방송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고전적 하루는 편집국 문화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담당해 온 김호정 기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포맷이다. 기획 초기부터 이런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발전시켰고, 김 기자는 진행자이자 게스트 섭외, 내용 구성 등 1인 3역을 담당한다.

 대신 각자의 바쁜 스케줄에 맞추려면 제작 방식은 단순화해야 했고, 협업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래야만 기존에 하고 있던 업무에 방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콘텐트를 제작할 수 있다. 카메라는 5대 고정 샷으로 하되 영상 품질은 4K로 높여 따뜻한 현장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JTBC 디자인실 콘텐트디자인팀 이혜연 팀장을 중심으로 김은호 선임디자이너와 정원도·이연지 주임디자이너가 촬영기획, 편집 등 그동안 중점적으로 갈고닦은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품격 콘텐트를 방지현 본부장이 이끄는 JTBC 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본부가 온라인으로 홍보ㆍ유통시킨다. 플랫폼 제약 없이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등 모든 플랫폼에 배포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공급하면서 내용 구성과 편집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고전적 하루의 또 다른 장점이 극대화되는 지점이다. 촬영모드를 가로에서 세로로 테스트하고 영상, 사진, 텍스트 등 다채로운 포맷으로 지속적인 노출이 가능하다. 예고편이나 기사 형식의 콘텐트도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트로 다룰 수 있다. 일관된 브랜드 톤을 갖기 위해 흑백과 컬러, 흐림과 선명함, 레드 라인 등 몇 가지 디자인 언어의 일관성을 유지하면 된다.

 고전적 하루의 첫 번째 손님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씨였다. 준비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서로 돕는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마쳤다. 그녀가 “스스로 연주에 대해 엄격했는데 최근엔 ‘더 잘(better)’ 하려는 게 아니라 ‘다르게(different)’ 하려 한다”고 말할 땐 ‘정말 우리가 세계적인 연주가와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직접 기획하고 촬영하면서 세계적인 연주가의 음악과 철학을 눈앞에서 듣고 보는 기분이 남달랐고 이걸 시청자들에게 더 생생하게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전적 하루는 소프라노 임선혜, 피아니스트 백건우, 김선욱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초대할 예정이다.

 고전적 하루를 한 편씩 만들면서 새삼 중앙일보의 취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JTBC의 디자인실, 콘텐트허브의 디지털사업본부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낼 수 있는 시너지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고 있다.

 마지막으로 ‘왜 고전 음악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에게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라는 수필에 나와 있는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마주한 순간에도 피리를 불며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 피리 연주가 무슨 소용이 있냐”는 질문에 소크라테스는 “그래도 죽기 전에 음악 한 소절은 배우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맞다. 고전적 하루는 이런 소크라테스의 마음에 가까운 연습이며 즐거움이다. 신문과 방송,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실험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남궁유 디자인실장·JTBC

 

남궁유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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