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여자 도봉순’ 시청률 8% 돌파 … JTBC 드라마의 힘
중앙사보 2017.03.09

방송 4회만에 시청률 8.7%
로맨틱 코미디에 수사극 접목

 

JTBC 드라마가 쉬운 길을 걸은 적은 개국 이후 한 번도 없었지만 지난해 가을부터는 유난히 힘들었다. 만나는 외부인마다 “JTBC 뉴스 최고! 예능도 최고!”라는 인사를 건네왔기 때문이다. 이 말이 “너네 형 서울대 갔다며(근데 넌 뭐했니)?”라는 말로 들린 것은 아마도 자격지심이었을 터.(물론 그렇다고 서울대 간 형들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정말이다.)

 

 2016년 초 ‘사랑하는 은동아’로 인연을 맺은 백미경 작가가 ‘이번엔 코미디’라며 새로운 대본을 보여줬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 사는 도봉순이라는 젊은 아가씨가 초인적인 괴력을 이용해 악당들을 혼내주고 자기의 꿈(성공한 직장인)에 다가가는 이야기였다. 로맨틱 코미디와 판타지에 수사극의 요소도 있는, 요즘 유행어로 ‘신박한’(참신하고 기발하다는 뜻의 속어) 작품이었다.

 대본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사실 ‘힘센 여자’라는 데 강하게 끌렸다. 극 중 도봉순은 절대 남들 앞에서 힘을 쓰면 안 된다고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교육을 받고 자랐다. 이것은 ‘여자가 능력 있어 봐야 사내 기 죽이고 시집도 못 간다’고 훈육받은 한국 여성들에 대한 은유 아닌가. 게다가 수퍼 히로인의 괴력을 갖고도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봉순이의 모습은 적성이나 재능에 대한 고민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취업고시에 목을 매는 젊은 세대에게도 와 닿을 이야기였다.
 

 코믹 터치가 강한 판타지이다 보니 세련된 연출이 필요했다. 당시 ‘욱씨남정기’를 연출하고 있던 이형민 감독은 본래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소지섭과 임수정을 스타덤에 올려 놓은 멜로 드라마의 거장이지만 ‘욱씨남정기’를 통해 코미디로도 1인자임을 보여줬다. 이 감독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첫 번째 만세를 불렀다.


 대본에 도봉순의 외모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없었지만 ‘가냘프고 아담한 체형의 배우가 해야 한다. 귀여우면 금상첨화’라는 게 중론이었다. 바로 답이 나왔다. 이건 박보영이면 된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그 박보영 캐스팅에 성공했다. 두 번째 만세를 불렀다.

 남자 주인공에도 꼭 한번 기용해 보고 싶은 배우였던 박형식과 JTBC ‘판타스틱’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배우 지수가 결정됐다. 여기에 심혜진·유재명·임원희·김민교·김원해·전석호 등 코믹 연기라면 일가견이 있는 조연 드림팀이 갖춰졌다.


 2016년 11월 18일 첫 촬영을 시작한 드라마는 결국 2017년 2월 24일로 첫 방송이 잡혔다. 드라마 방영 시간대를 금·토요일 밤 11시로 옮기고 난 뒤 첫 작품이라는 점, 방송 전 3주간의 공백이 있다는 점 등 악재가 있어 낙관은 금물이었다.


 첫 방송. ‘신선하고 재미있다’에서 ‘유치해서 못 보겠다’까지 온갖 댓글이 쏟아졌다. 찬성 일변도는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쨌든 그 수가 어마어마했으니까. 뭔가 될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왔다.


 결국 JTBC 드라마 사상 첫방 최고 시청률 4.05%를 시작으로 2회 6.04%, 3회 7.0%, 4회 8.7%까지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제 겨우 네 번밖에 방송이 나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드라마 한 편으로 ‘서울대 간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건방진 소리겠지만 이제 시작이다. 개국 이후 이어진 꾸준한 투자가 슬슬 열매를 맺고 있다. ‘힘쎈여자 도봉순’ 뒤에도 ‘맨투맨’ ‘패키지’ ‘청춘시대2’ 등 기대해도 좋을 작품들이 줄을 섰다.


송원섭 CP·JTBC

송원섭 CP
첨부파일
이어서 읽기 좋은 콘텐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