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디지털 기사 만들면 자연스럽게 신문 품질도 향상
중앙사보 2017.03.30

편집인 '디지털 전환 워크숍'
신문 제작 인력 일시적 강화
취재 인력은 디지털에 집중
 

‘디지털을 신문으로(Digital to print)’.
 중앙일보가 추구하는 디지털 변화의 핵심은 이 짧은 문장에 함축돼 있다. 지난 3월 24일 뉴스룸혁신추진단장인 오병상 중앙일보 편집인이 편집국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서 쓴 제목이다. 뉴스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기자들이 디지털 기사를 쓰면 이걸 자연스럽게 신문에도 옮겨 싣는 선순환 구조를 이번 혁신을 통해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to print’에 방점을 찍으면 “신문을 만들기 위한 디지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고품격 디지털 기사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신문의 품질 또한 높이도록 한다는 게 이번 혁신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핵심 가치다.
 왜 중앙일보는 국내 유수 신문사들이 감히 내딛지 못한 미증유(未曾有)의 길을 걷는가. 그 배경엔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오 편집인은 “신문 열독률은 2002년 80%에서 2016년 20%까지 급전직하했다”고 강조했다. 15년이 지나는 사이 독자들은 신문에서 웹브라우저로, 웹브라우저에서 다시 모바일로 옮겨갔다. 독자의 시선이 옮겨가는 사이 신문 광고 시장도 자연스럽게 축소됐다. 이른바 ‘광고 절벽’ 앞에 설 것이란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디지털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럼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의 디지털 전환은 직접 모바일 시장을 겨냥한다. 오 편집인은 “2007년 6월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iPhone)을 내놓은 이후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사를 단순히 홈페이지에 올리는 걸 디지털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디지털로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중앙일보는 매스미디어의 공급자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특정 독자를 정확하게 겨냥하는 마이크로 타깃팅(Micro Targeting)으로 체질을 바꾼다. 이걸 뒷받침할 디지털 인력이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충원됐다. 디지털 핵심인 기획-개발-디자인 전문 인력이 갖춰져 있다. 오 편집인은 “이제 우리는 뉴스 생산과 큐레이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 2월 19일부터 사용 중인 콘텐트 제작 시스템(CMS)인 JAM(Joongang Asset Management) 역시 디지털 제작에 최적화돼 있다.
 디지털 혁신은 역설적으로 ‘신문 제작 시스템의 일시 강화’로 시작한다. 견고한 신문 제작 전담 조직을 꾸려 기존 중앙일보 독자들에게 양질의 신문을 지속적으로 내놓기 위한 포석이다. 오 편집인은 “현 시점에서 신문 제작 시스템을 강화해 나머지 기자들이 더 자유롭게 디지털 제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현재 발행 중인 일부 섹션은 본지로 흡수해 더 내실 있는 신문을 만들 계획이다. 독자들은 통합된 섹션을 본지에서 매주 만날 수 있다. 섹션 기자들 역시 디지털 기사를 쓰는 제작 인력으로 취재 현장을 누빈다.
 편집국은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도 착수했다. 당장 페이지뷰(PV)가 주요 요소로 여겨지는 평가와 포상 체계를 뜯어고친다. 오 편집인은 “단순히 독자들의 클릭수를 높이는 식의 초보적이고 소모적인 페이지뷰(PV) 경쟁에서 탈피해 디지털에서도 정론지로서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디지털에서도 소구력이 있는 고품격 기사를 생산하면 이는 곧장 가치 있는 지면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 편집인은 종이신문의 영향력을 디지털로 성공적으로 이식한 영국 정론지 파이낸셜타임스(FT)를 중앙일보의 모델로 꼽았다.
 편집국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중앙일보의 디지털 혁신을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다. 오 편집인은 “디지털은 지면보다 못하다는 건 사람들의 편견일 뿐이다. 이런 고정관념의 강을 건너야 제대로 된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종문 기자ㆍ커뮤니케이션팀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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