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띄우자 조회수 폭발… 디지털 콘텐트의 위력!
중앙사보 2017.04.20

‘J가 타봤습니다’ 제작 후기
사진과 글만으로 아쉬웠던 시승기
디지털 협업으로 마법같은 영상 탄생

 

자동차는 유독 마니아가 많은 분야다. 집을 제외하곤 가장 비싼 소비재인 만큼 기사를 통해 ‘대리 만족’하는 독자가 많다. 특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달하는 고급차 시승기일수록 유독 열독률이 높다. 한 번 반짝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오래 두고 찾아읽는 독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때론 기자가 전문가 수준의 독자 댓글에서 배우기도 한다. 그래서 산업부 자동차 담당 기자는 늘 조심스럽다.

 

 2016년 1월부터 ‘J가 타봤습니다’ 시리즈를 통해 중앙일보 지면에 시승기를 써왔다. 최대한 현장 느낌을 살리려 했지만 사진과 글만으로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차고 넘치는 전문지에서 시도한 것처럼 동영상 시승기를 시도해 본 적도 있다. 당시만 해도 환경이 지금같지 않아 동영상 콘텐트를 담당하는 비디오데스크도 없었다. 아이오닉을 타고 자유로를 시속 180㎞로 달리면서 계기판을 찍으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남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이민 적도 있다(찾아보면 기사 나온다). 여러 면에서 부끄러운 시도였다. 결국 글과 사진으로만 채우는 시승기를 이어갔다.

 

 그러다 이번 디지털 혁신을 앞두고 김준현 산업데스크가 “산업부 특성을 살려 리뷰 기사에 동영상 콘텐트를 적극 활용해보자”고 제안했다. 최준호 자동차팀장은 “최근 국내에 론칭한 ‘테슬라 모델S’가 첫 작품으로 딱이다”고 점찍어줬다. “기자 혼자 떠들기보다 차량 전문가와 함께 탑승해 문답식으로 풀어가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는 임미진 기자가 냈다.

 

 1년여 만에 다시 시도한 시승 동영상 촬영은 솔직히 두려웠다. 전기차 운전이나 각종 제원, 테슬라에 얽힌 스토리는 여러 차례 지면을 통해 다룬 적이 있어 자신있었다. 하지만 시승 동영상을 찍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워낙 그럴싸하게 만든 동영상 시승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만들려면 한도 끝도 없었고, 엉망으로 만들 수는 더욱 없었다.

 게다가 섭외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테슬라는 시승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했다. 그렇다고 속도를 마음껏 낼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 시승기에 자주 나오는 표현인 ‘가속 페달을 콱 밟았더니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곡선 도로에서 속도를 멈추지 않고 달렸지만 몸이 좀체 쏠리지 않았다’고 쓰기도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욕심 내지 말자. 차에 조금은 관심 있는 독자, 그래도 테슬라 기사를 한 번은 찾아봤을 법한 독자를 타깃으로 편하게 만들자’고.

 

 과거와 달라진 건 회사 여건이었다. 이번엔 이문혁 비디오데스크가 “동영상으로 만들기 좋은 테마다. 적극 돕겠다”며 지원군으로 나섰다. 김우진 영상 기자가 달라붙었다. 쇼호스트처럼 보이기 위해 이동하며 자동차 곳곳을 훑고 생동감을 주려고 트렁크도 열었다 닫았다. 시승 코스에선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말을 쏟아냈다. 대본도 없이 흘러간 3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차에서 내려보니 김우진 기자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올림픽대로에서 급가속을 하고, 운전대를 좌우로 급하게 꺾다 보니 좀 공포스러웠던 모양이다.
 

 역시 편집이 마법이었다. 멍하니 지나갔던 부분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분량은 적절해졌고, 센스 있는 자막도 입혔다. 나는 김우진 기자에게 ‘생각보다 너무 재밌게 만들어줘 고맙다’, 김 기자는 나에게 ‘덕분에 저도 즐겁게 작업했다’는 메시지를 건넸다. 이것이 디지털 협업인가.
4월 1일자 새터데이 전면 기사가 나가고 난 뒤 동영상 콘텐트의 위력을 느꼈다. 중앙일보 페이스북 조회수가 62만 건을 넘었고(4월 19일 기준), 페이스북 곳곳에서 태그를 하는 지인도 많았다. 기사가 난 지 한참 지났는데도 고교 선후배 3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한 후배가 “오랜만에 선배 얼굴 봐서 반가웠다”며 동영상 링크를 올렸다. “대선배님들 보는데 부끄럽게 왜 그러냐”고 했지만 속으론 뿌듯했다. 동영상은 한 번 보고 마는 게 아니라 검색해서 두고두고 찾아보는 콘텐트란 점을 실감했다.

 

 4월 인사에서 경제부로 옮겼다. 옮기자 마자 서울 반포 래미안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1000년 묵은 느티나무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에 동영상을 촬영해 붙였다. 역시 인터넷 반응이 뜨거웠다. 이번엔 김종윤 경제데스크의 아이디어였다.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라면, 계속 쓰고 또 찍어볼 생각이다. 김기환 기자·중앙일보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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