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 의장 e메일 인터뷰 게재
2회 소설형식의 기사도 화제

“4차 산업혁명 시리즈 1회를 래핑(Wrapping) 형식으로 하는 건 어떨까요.”

4월 17일 오전 코리아중앙데일리의 연중 기획 시리즈인 ‘한국과 4차 산업혁명(Korea and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1회 지면 디자인 회의에서 유영래 디자인팀장이 이런 제안을 하자 동석자들이 깜짝 놀랐다. 래핑 형식은 본지를 추가 지면으로 덮는 형식으로, 중앙일보가 이런 형식의 광고를 도입해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리아중앙데일리도 기획 광고로 래핑을 해본 적은 있었지만, 기획 기사로 래핑을 하는 건 창간 이래 처음이었다. 유 팀장의 제안은 기획 취지를 담은 전문과 그래픽, 설문조사와 총론 기사,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의 인터뷰 등 총 3개 면으로 구성된 1차 기획 시리즈로 본지를 덮자는 것이었다.

당일 스트레이트 기사 지면을 그대로 살리면서 특집 기획 지면도 빛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일단 결정하고 나니 할 일이 많았다. 래핑에 따른 추가 비용을 산정하고, 지면 성격에 걸맞은 광고도 새로 섭외해야 했다. 기사 배치도 지면 디자인도 새롭게 구성했다.

4월 24일 월요일을 D데이로 정했다. 하지만 슈밥 의장의 e메일 인터뷰가 문제였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의 전도사로 ‘몸값’이 높아진 슈밥 의장을 섭외하는 일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 3월 이주옥 세계경제포럼 아시아태평양 국장에게 섭외 e메일을 보냈지만 한국에서 쇄도하는 요청에 피곤해진 슈밥 의장이 비서에게 “앞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인터뷰는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곤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4차 산업혁명 시리즈 서두에 슈밥의 인터뷰 기사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일념 아래 스위스에 있는 이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간곡히 부탁하니 제안서를 잘 만들어 보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보낸 제안서가 제법 설득력이 있었는지 슈밥 의장은 인터뷰를 하겠다는 답을 4월 초 보내왔다. 경제산업부원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질문지를 만들었다. 질문지를 보낸 후부터는 마감 시간에 맞춰 답변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답변이 언제나 올까 노심초사하며 2주일이 흘렀다.

인터뷰 질문지를 보낸 지 보름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인터뷰 수락을 받기도 어려웠는데, 질문지의 답변을 받기까지는 더 피가 말리는 과정이었다. 여러 차례 독촉에도 답이 오지 않아 결국 시리즈 1회 시작을 연기해야 하나, 인터뷰 없이 지면을 짜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나는 예정돼 있던 리스본 출장을 떠났다.

리스본에 도착해 메일함을 여니 슈밥 의장의 e메일 답변이 있었다. 답변 내용은 충실하고 알찼다. 덕분에 성공적으로 4월 25일자 시리즈 1회 지면 제작을 마칠 수 있었다. 세계경제포럼 측에서는 “좋은 질문을 해줘서 감사드리고, 인터뷰에 실린 메시지가 한국 사회에 작지만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현재까지 이 시리즈는 총 3회가 연재됐다. 1회 총론에 이어 2회에선 2030년 미래의 모습을 소설 형식으로 구성했다. 박은지 기자가 미래 청춘남녀의 러브스토리로 풀어낸 2회 기사도 화제였다. 한 독자는 “정말 좋은 기사”라며 외국인 에디터를 통해 격려의 말을 전해오기도 했다. 3회는 헬스케어 분야를 다뤘다. 앞으로 건강·라이프·서비스·제조·농업·안전 등 각 분야에 걸쳐 4차 산업혁명의 현장을 탐색하고 미래를 전망해보는 내용을 연재할 예정이다.

이 시리즈 기사는 지면에는 영문으로 실리지만 웹사이트에는 국문 번역도 함께 싣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기사 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직까지 4차 산업혁명이란 것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도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기 같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시리즈가 끝날 때 쯤엔 더 잘 알게 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
서지은 기자·중앙일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