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사장상 받은 대선보도 방송 뒷얘기
중앙사보 2017.06.08

JTBC 사장상 받은 대선보도 방송 뒷얘기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4월 25일 방송된 JTBC의 ‘대선 TV토론’과 5월 9일 전파를 탄 개표 방송 ‘2017 우리의 선택’이 JTBC 사장상 1급에 각각 선정됐다. TV토론은 차별화된 구성과 운영 능력으로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개표 방송은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지상파를 압도하며 JTBC의 위상을 드높인 점이 평가됐다. 사장상 수상을 기념해 JTBC 정치1부 안의근 기자와 뉴스제작1부 김창석 PD가 각각 TV토론팀과 개표방송팀을 대표해 보도 뒷얘기를 전한다.

 

 

원탁토론, 방청객 배석 등 차별화
시청률 15.961%로 개국 이래 최고


[대선후보 TV토론]

 

“JTBC가 제일 편하게 해주네.”
지난 4월 25일 저녁 JTBC 대선후보 TV토론 도중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불쑥 꺼낸 말이다. 그 전 3차 TV토론이 스탠딩 방식이었던 데 비해 원탁에 둘러앉아 토론했으니 격전 분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편안하게 느꼈을 만하다.
 이영배 책임PD, 박창섭 작가 등과 함께 토론을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기존의 대선후보 TV토론과 달리 토론다운 토론을 해보자는 거였다.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의 제안으로 원탁토론을 도입한 이유다.


 토론이 끝난 뒤 호평이 쏟아졌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걸림돌의 연속이었다. 선거법상 JTBC는 대선후보 TV토론을 독자적으로 주최할 수 없다. 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와 공동 주최하는 방식으로 길을 텄다.
 5명의 후보자들을 토론 자리에 앉히는 것도 산 넘어 산이었다. 토론 룰 미팅 첫날 각 후보 캠프 실무자들은 “토론 시간을 120분 이내로 줄여 달라” “방청객을 후보자 뒤에 앉히는 건 모험이다” 등 요구사항을 잔뜩 늘어놨다. 절충안이 안 나와 다음날 다시 모이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날 모 캠프 측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예정된 룰 미팅에 불참했다. 오후 10시까지 답을 달라고 최후통첩을 했지만 초침이 오후 10시를 넘긴 순간까지도 답은 오지 않았다. 토론 방식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해당 캠프에서 후보자의 확답이 떨어졌다고 뒤늦게 연락이 왔다. 최대 위기를 넘긴 순간이었다.


 곡절 끝에 2차 룰 미팅이 진행됐다. 후보자 자리 배치를 추첨했는데 우연히도 문재인-안철수 후보, 홍준표-유승민 후보 등 한때 같은 당 소속이었던 후보들이 마주 보게 됐다. 우려가 컸던 방청객도 각 캠프가 데리고 온 인사들을 후보자 뒤에 앉히는 방식으로 참여시킬 수 있었다.
토론 룰이 늦게 합의되면서 세트 준비도 전쟁처럼 치러야 했다. 보통 일주일 정도 시간을 줘야 하는데 이번에는 남은 시간이 딱 사흘뿐이었다. 원탁토론은 후보자 간격을 꼼꼼히 재고 후보자 뒤에 각도를 맞춰 카메라를 설치해야 했기 때문에 일렬토론보다 훨씬 많은 품이 들었다. 윤진희 미술팀장은 “심플함에 초점을 뒀는데 케이블 선조차도 하나도 안 보이게 했더니 나중에 타사에서 문의가 왔다”고 말했다.


 마침내 4월 25일 150분 넘게 진행된 대선후보 TV토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음날 15.96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JTBC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보다 값진 건 결코 유리하지 않은 방송 환경 속에서 JTBC가 기념비적인 대선후보 TV토론을 처음으로 해냈다는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안의근 기자ㆍJTBC

 


악천후 이겨낸 '광화문 열린 스튜디오’
몰려드는 시민들로 콘서트장 방불케 해


[2017 우리의 선택]


# 5월 9일 아침 8시30분

문제는 날씨였다. 세트 공사 기간 내내 미세먼지가 힘들게 하더니 대선 투표 당일은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JTBC의 ‘서울 광화문 열린 스튜디오’를 보려는 시민들의 발길은 아침부터 이어졌다. 4면이 통유리로 된 세트는 ‘소통의 공간’ 콘셉트로 제작됐다.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전면 대형 LED의 오픈! 결정적인 순간에 스튜디오 내부가 공개되면 시민들의 환호성이 터지는 그림을 기대했다. 그러나 굵은 비 때문에 시민들이 안 모이면 허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타들어갔다.


# 오후 1시20분

비가 오락가락 했다. 그래도 점심시간이 지나자 세트 주변에 시민이 모이기 시작했다. 200개의 의자가 어느새 꽉 찼다. 급하게 의자를 더 폈다. 끝내 하늘은 장대비를 뿌렸지만 시민들은 JTBC 앞을 지켰다. 내리는 빗속에서 차분히 우비를 꺼내 입을 뿐이었다. 이미 감동.


# 오후 3시

리허설이 시작됐다. 스태프들이 분주해졌다. 손석희 앵커와 유시민 작가, 배우 윤여정씨, 정치부 서복현 기자가 등장하자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스튜디오를 에워싸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이미 분위기는 열광적인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분위기고 생방송이 다가올수록 거친 날씨는 큰 걱정거리였다. 결국 손 앵커는 우산을 쓰고 오프닝 리허설을 진행했다.


# 오후 6시

“타이틀 스타트!”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드디어 ‘2017 우리의 선택 1부’의 막이 올랐다. 무대 위로 오르는 손 앵커. 그런데 앵커 손에는 우산이 없었다. 조금 전까지 내리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친 것이다. 그렇게 무사히 1부를 마쳤다.


# 저녁 8시

5! 4! 3! 2! 1!  투표 종료를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LED 날개가 열렸다. 시민 함성이 하늘을 찔렀다. 해가 진 광화문 광장은 통째로 JTBC를 위한 독무대였다.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시민이 몰렸고 손 앵커 뒤로 광화문은 빛났다.


# 밤 10시50분

돌발변수가 생겼다.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JTBC 스튜디오 바로 옆 세종로 공원에 당선 인사 무대를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대형 스피커에선 “문재인! 문재인!”이 울려퍼지고, 자칫 방송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태프들은 끝까지 침착했다. 오히려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크레인에 설치된 카메라의 방향을 돌리고 줌아웃을 하니 우리 스튜디오와 당선 인사 무대가 나란히 잡혔다.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완벽한 앵글! 생생한 JTBC 화면에 다른 방송사들이 “영상을 줄 수 없냐”고 요청해오기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은 그렇게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김창석 PDㆍJTBC

안의근 기자, 김창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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