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은 뉴스룸 아닌 비즈니스... 인터넷 독자도 좋은 기사 찾아"
중앙사보 2017.07.27

홍정도 사장, 뉴욕타임스 부발행인 만나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의 부발행인으로 임명된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장차 아버지인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발행인의 뒤를 이어 뉴욕타임스를 이끌어갈 인물이다. 1851년 설립된 이후 퓰리처상을 108회 수상하고, 18개의 신문을 발행하면서 23억 달러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뉴스기업 뉴욕타임스의 차세대 리더다.


지난달 홍정도 중앙일보ㆍJTBC 대표이사 사장이 뉴욕타임스 본사에서 설즈버거 부발행인을 만났다. 서른일곱의 나이에 약간 왜소해 보이는 체격이지만 뉴스룸 혁신을 얘기할 때에는 눈빛이 강렬해졌다. 2009년 기자로 입사한 설즈버거 부발행인은 2014년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부문 전략을 담은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작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40분간의 대담을 설즈버거 부발행인이 생각하는 뉴스룸의 혁신 위주로 재구성했다.


◆유료 콘텐트=TV나 영화보다 뉴스 콘텐트의 유료화가 왜 힘들까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 누가 비욘세의 히트곡을 가라오케 버전으로 듣겠는가. 누가 ‘왕좌의 게임’을 다른 버전으로 보고싶어 할까. 오리지널 버전이 아니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는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어느 정도 선에서 내용이 비슷하면 만족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이에 대한 열쇠를 거의 찾았다. 인터넷 독자들도 질 좋은 기사를 찾기 시작했다.


◆프린트 허브=어려운 일 중 하나다. 중요한 사실은 변화의 시작이 뉴스룸이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점이다. 우리는 한 명의 리더에게 프린트에 대한 모든 책임을 맡겼다. 매우 유능한 사람이고 업적이 뛰어나다. 그의 일이 디지털을 희생해 프린트를 앞세우는 게 아니라는 점을 그가 잘 알고 있다. 디지털에 관련된 인력이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프린트를 관리하는 것이다. 2년 전에 그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해 지금 ‘프린트 허브’라는 조직을 만들어냈다. 우리도 독일 악셀스프링거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를 많이 연구했다. 이제는 뉴스섹션과 피처섹션에 기사를 메우는 게 거의 자동으로 이뤄진다.
프린트 허브에 있는 직군은 모두 에디터다. 기자도 없고 리라이터도 없다. 에디터들의 일은 그날 들어온 기사 가운데 신문에 적합한 기사를 선택한 다음 끌어와서 꾸미는 것이다. 에디터들이 ”오늘 3페이지를 채웠어” “기사량이 모자라는데 어떡하지” 같은 고민을 하지 않게 하는 게 목표다. 솔직히 얘기하면 우리는 이 과정의 절반밖에 오지 못했다. 우리는 16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프린트에 관한 한 매우 오래된 기억을 지니고 있다. 아직 절반을 더 가야 한다.


◆디지털 전환=뉴스룸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가장 힘든 작업은 그 의미를 알아듣기 쉽게 분명히 얘기해주는 것이다. 디지털 뉴스 조직이라는 것이 무서운 세상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구성원의 3분의 1은 직감적으로 바로 이해하는 이들, 또 다른 3분의 1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 나머지 3분의 1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해하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예를 들어 설명해준다. 디지털은 청중과 같다. 일부는 데이터로 연결되고 일부는 피드백을 만들어낸다. 그 다음에는 스토리텔링으로 청중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래픽과 코딩ㆍ비디오ㆍ오디오 등이 수반된다.
신문 스타일로 쓰는 기사는 ‘트럼프가 기자에게 말했다’는 식인데, 이는 청중에게 먹히지 않는다. 지어낸 것으로 여긴다. ‘트럼프가 나에게 말했다’고 써야 먹힌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항상 얘기한다. ‘당신들 모두 이렇게 쓸 수 있는 스킬이 있다. 지금 걱정하지 말고 그냥 좀 놀아봐라. 청중에게 관심을 가져봐라. 당신의 기사가 어떻게 들리는지. 당신들 모두 좋은 기자다.’
이 같은 소통 과정을 거쳐 우리는 미국 뉴스 조직 중 가장 훌륭한 기사를 쓰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픽ㆍ사진ㆍ팟캐스트ㆍ오디오 등이 모두 최고다. 가장 힘든 게 데이터다. 잘못된 교훈을 얻은 사람들이 클릭 수를 많이 쫓는데, 그에 따른 좋은 결과는 하나도 없다.


◆미션(Mission)과 트래디션(Tradition)=뉴욕타임스가 배출한 최고의 기자 딘 바켓은 “미션과 트래디션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션은 뭐가 되었든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다. 기자들의 중심이다. 트래디션은 기자가 하는 모든 일이다. 예를 들어 편파적이지 않은 저널리즘은 미션이다. 절대 다른 가치와 맞바꿔선 안 된다. 기사의 역피라미드 구조는 트래디션이다. 지금은 이게 나쁜 트래디션이다. 신문에서는 스토리의 바닥을 없애고 써도 이해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아름답게 전달되는 스토리를 원한다. 기자 스스로 항상 질문을 해야 한다. 이게 미션인가 트래디션인가.


심재우 중앙일보ㆍJTBC 뉴욕특파원

심재우 특파원
첨부파일
이어서 읽기 좋은 콘텐트
목록